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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과 돈 보스코
돈 보스코는 1884년, 로마 예수성심성당 건축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 성당의 전면 상단부에 달기 위해, 그때까지 아직 없었던 살레시오회의 문장을 정했다. 닻을 가운데로 두고 오른쪽으로는 성 프란치스코의 상체, 왼쪽으로는 사랑의 불꽃이 따오르는 예수 성심과 다윗의 별이 새겨진 큰 방패, 이를 떠받치는 월계수와 종려 나뭇가지 그리고 Da mihi animas, cetera tolle라는 글귀가 새겨진 리본이 아래에 있고, 방패의 가장 높은 곳에는 빛을 발하는 십자가가 있는 문장이다.
살레시오 문장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교회를 상징하는 닻이지만, 사람의 신체에 비유하자면 가장 중요한 심장이 있는 곳에, 불타오르는 예수 성심이 놓여 있다. 예수성심성당임을 표현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겠지만, 살레시오회의 문장으로 그렇게 기획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돈 보스코의 삶에서 예수 성심이 차지하는 비중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겠다.
교회 내에서 예수 성심에 대한 신심의 첫 흔적이 발견되는 것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 중엽의 베네딕토 수녀회 메흐틸드 본 막데부르크(Mechthild von Magdeburg), 메흐틸드 본 헤케본, 거트루드 폰 헬프타(Gertrud von Helfta) 그리고 도미니코회의 복자 헤인리히 수세(Heinrich Seuse) 등과 같은 독일 신비주의자들의 생각에서 그 신심의 뿌리가 읽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신심이 피어오르는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다. 프랑스의 렌(Rennes)에서 활동한 성 장 외드(St. Jean Eudes)가 있고, 그곳의 주교로부터 1672년 방문수녀원 내에서 예수 성심을 기리는 축제를 행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성녀 마거리트 마리 알라코크(Marguerite-Marie Alacoque)의 활동을 통해 크게 타올랐다. 이후 1765년, 클레멘트 13세가 폴란드와 로마의 예수성심 대신심회에 예수 성심 대축일을 기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열띤 논쟁이 펼쳐졌다. 교황청 경신성은 이 신심의 대상이 예수님 사랑의 상징인 육체의 심장이라고 명확하게 말하지만, 얀센주의자들은 이를 우상숭배 행위라고 비판했다.
1856년 비오9세에 이르러서 이 대축일이 보편 교회로 확대되어 전례력에 포함되었고, 교회 안에서 예수 성심에 대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교황 비오9세는 1870년 12월 8일, 보편 교회의 주보로 성 요셉을 선포하면서 그에게 봉헌된 성당을 세우기 위해 로마에서 가장 고지대인 에스퀼리노(Esquilino) 언덕의 토지를 자신의 비용으로 구입했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을 바꾸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주교들이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교구를 사랑스러운 예수 성심께 장엄하게 봉헌하기 위해 애썼다. 그중 하나가 파리 몽마르트의 예수성심성당의 건축이다. 이런 예수 성심에 대한 열광적인 상황은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주재하는 도시, 로마에서 그분의 성심에 봉헌될 거대한 성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비오9세는 영원한 화로같이, 새로운 신심의 불이 로마에서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품었다. 영원한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 흠승하올 구세주의 사랑 가득한 마음이, 마치도 높은 보좌에서 온 세상을 축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몹시 기뻐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계획은 지지부진 끝없이 늦춰지는 가운데 비오9세는 선종했고, 레오13세가 1878년 2월에 새 교황에 선출됐다.
이탈리아 페루지아의 주교였을 당시, 자기 교구를 가장 먼저 예수 성심께 봉헌한 주교 중 한 명였던 그는 제256대 교황으로 즉위 후 바로 전임자 비오9세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백방으로 찾았다. 그러나 당시 극도로 피폐해진 교회의 힘으로는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급기야, 1880년 4월, 교황 레오13세는 이 막중한 짐을 자신의 소망이라며 돈 보스코가 맡아서 실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돈 보스코는 엄청난 고난의 십자가인 줄 잘 알면서도 "교황님의 소망은 저에겐 명령입니다."라는 명쾌한 말로 예수 성심을 위한 사업을 기꺼이 받아들여 자기 삶의 마지막 불꽃을 다 살라버렸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우리 살레시오 가족이 다 잘 알고 있는 바 그대로다.
살레시오 가족 모두에게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을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