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오 가족 영성의 날 행사를 마친 한국 살레시오회는 최고령 회원에서 이제막 수도회의 문을 두드리는 수도생활 체험자까지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친교와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이른바 관구공동체날!
정확하게 103명이 참석한 살레시안들의 모임은 저녁기도로 시작했다. 저녁말씀으로 요셉 푹 신부는 지난 달 베트남에서 개최된 EAO팀 방문을 소개하면서, 한국 관구의 재정적 기여로 회의 장소가 잘 정비된 덕분에 총장님을 비롯한 백여 명의 손님을 편안하게 모시고 성공적인 모임을 할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지역 내의 여러 선교지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치는 한국 관구의 관대함에 감사하며, 그런 나눔의 관대함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저녁 식사 후 차기 관구장 선임을 위한 자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모든 회원들이 관구관 7층 강당에 모여 진행된 그 순서는 이러했다. 먼저 관구의 모든 회원들에게 보내는 총장의 편지가 낭독되었다. 총장은 특별 방문의 의미와 방문자의 권한에 대해 설명하며 이 방문을 통해 관구가 카리스마에 더 충실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관구장 선임은 총장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고 이를 위한 자문 작업은 바로 회원들이 총장의 중요 통치행위에 참여하는 것임을 상기 시키면서, 성령의 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로 자문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회원들 각자에게는 두 장의 유인물이 제공되었는데, 그 중 하나(용지A)에는 각자의 의견을 적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한 장(용지B)에는 관구 전체회원들의 영렬표와 차기 관구장 가능자들의 명단이 인쇄되어 있었다. 우선 용지A에는 관구의 현 상항을 보며 긍정적인 측면 세 가지를 적고, 이어 부정적인 측면 역시 세 가지를 적도록 했다. 그리고 차기 관구장이 해야 할 우선적인 것들 세 가지를 적으며, 마지막으로 새로운 관구장에게 기대하는 자질 세 가지를 적었다. 이 작업을 마친 다음, 회원들은 15명 정도의 그룹으로 나눠 자기가 적은 바를 그룹 안의 사람들과 공유했다. 그리고 다시 전체가 모여 각 그룹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발표했다. 이런 작업이 대략 한시간 반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후 회원들은 각자 용지A 양식 안에 자기가 생각하는, 차기 관구장으로 적합한 이의 이름 세 개씩을 적고, 각 이름 아래 그가 지닌 장점과 단점을 적었다. 그리고 이 용지A를 요셉 푹 신부에게 제출했다. 이것으로 다음 관구장 선임을 위한 자문은 끝났다. 이렇게 모여진 회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총장과 총평의회는 다면적인 평가와 식별을 통해, 아마도 6월말 경 2024-2030년의 차기 관구장을 임명할 것이다.
9시 30분부터 친교의 시간이 펼쳐졌다.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과 각 공동체에서 준비한 간단한 유흥 덕분에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는 4월 봄 밤이 깊어가는 것을 아쉬워 했다. 특히 이날 서원 25주년을 맞는 4명의 형제들(김선오-부관구장, 박해승-공동체 원장, 최진원-관구경리, 현경수)을 축하하는 자리와, 마침 서원 50주년을 맞는 요셉 푹 신부를 축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다음날인 주일 아침, 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부재할 수 없듯이, 살레시오회원들이 있는 곳에 운동이 빠질 수는 없는 법! 관구관 운동장에 모인 회원들은 두 팀(생년 기준으로 홀수 대 짝수)으로 나눠 우선 티볼 야구를 했다. 화창하게 맑은 하늘에 힘껏 쳐내는 볼의 아름다운 곡선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가운데 홈런을 처낸 형제가 속한 짝수 팀이 승리를 거머줬다. 그러는 사이 살레시오수녀회에서 자매의 정이 듬뿍 담긴 간식 선물이 박스들로 도착하자, 주변 아파트에서 소음에 대한 민원이 발생할 정도로 형제들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축구경기에서는 젊은이다운 민첩함이 살아 있는 세대들의 질풍노도 앞에, 마음은 간절한데 발이 따라 움직여주질 않는다는 투덜거림만 입에 달고 있는 배블뚝이 중장년 회원들의 안타까운 헛발질이 허공을 가르고 바닥을 후벼 팠으며, 상대방 정강이 걷어차기를 반복했다.
이어 주차장에 마련된 점심식사. 돼지고기 삼겹살로 그동안 아쉽고도 허기진 형제애의 궁핍을 모내기를 앞 둔 논물처럼 그득 채우며, 그렇게 공동체 삶이 제공해 주는 에너지를 회복하고, 자세를 추스리는 행복한 관구공동체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