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7년 동안 본당에서 사목하면서 정말 많은 병자성사와 봉성체 그리고 장례미사를 드렸습니다. 이런 예식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마음 속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병자성사와 장례미사를 경험하게 되면, 이것들에 적응하여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눈물이 나오지 않거나 너무 덤덤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은 정말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경험해도 익숙하지 않는 것이 바로 죽음 앞에 선 이별이고, 그 이별이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결코 익숙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오늘 이 순간 다시 한번 깊이 체험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슬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은 곳에서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이 고별사를 준비하면서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이유는 저와 저의 가족은 하늘 나라로 가신 아버지의 삶을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0년 가까이 살면서 아버지는 한 번도 저와 동생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무관심이 아니라 저희를 믿고 신뢰하고 인내하셨음을 제가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큰 재산을 물려주시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너무 무능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이 얼마나 고귀하고 행복한 삶인지 그리고 왜 그런 삶을 선택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그 깨달음을 유산으로 물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확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아버지! 저희 아버지이셔서 감사했습니다! 오랜 투병생활로 많이 힘드셨을 터인데 최선을 다해 저희 곁에 머물러 주시다 가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하느님 곁에서 편안히 쉬시면서 저희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얼마전 부활절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부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고 굳건히 믿습니다. 어떤 이들은 죽음을 통해 모든 것이 끝나거나 허무로 돌아간다고 고백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고, 그분이 그 삶으로 우리를 초대하셨음을 말하는 증인들의 증언이 너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그 부활의 삶에 우리 모두도 언젠가는 참여하게 될 것이며, 그 순간 이날의 슬픔이 그 끝이 아니라 진정한, 영원한 행복의 시작이었음을 함께 고백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여기에 계시지는 않지만 기도로 함께 해주시고 조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와 제 동생의 아버지이시고, 저희 어머니의 남편이자, 큰 아버지의 동생이자, 작은 아버지의 형이자, 고모들의 오빠이자, 제 사촌들의 삼촌인 저희 아버지의 마지막에 함께 해 주신 여러분 덕분에 저희 아버지가 더 행복하고 의미 있게 이 삶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하느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계시는 아버지와 여기에 계시는 저희 가족들을 대신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가 사목하는 내리는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활짝 핀 많은 벚꽃들을 보고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저의 아버지께서 참으로 아름다운 날에, 아름다운 계절에 돌아가시는 축복을 누리시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벚꽃을 볼 때마다 또 아름다운 날이면 아버지를 더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겠다는 기분 좋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면서 저희 아버지를 위한 기도를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