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안 엘리아 코미니 신부를 비롯한 순교자 3위 시복
9월 27일, 이탈리아 볼로냐 산 페트로니오 대성당에서 시복 미사 거행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 속에서도 살레시안들이 감내한 십자가의 사랑은 결코 빛을 잃지 않았다. 지난 주일이었던 9월 27일, 이탈리아 볼로냐의 산 페트로니오 대성당에서는 1944년 가을 나치 친위대(SS)에 의해 학살된 '몬테 솔레(Monte Sole)의 순교자' 세 명의 사제에 대한 장엄하고도 감동적인 시복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복자품에 오른 영광스러운 얼굴들은 살레시오회의 엘리아 코미니(Elia Comini) 신부, 데혼회(예수 성심 사제회)의 마르티노 카펠리(Martino Capelli) 신부, 그리고 볼로냐 교구 소속의 우발도 마르키오니(Ubaldo Marchioni) 신부이다. 이들은 모두 1944년 가을, 몬테 솔레 인근 마을들을 휩쓴 나치의 무자비한 민간인 학살(마르자보토 학살) 속에서 피난을 떠나지 않고 양 떼 곁에 남아 그들의 영혼을 돌보다가 목숨을 바친 진정한 '착한 목자'들이었다.
교육자에서 순교자로: 엘리아 코미니 신부의 생애
특히 우리 살레시오 가족의 마음을 뜨겁게 울리는 분은 엘리아 코미니 신부다. 그는 1910년 5월 7일 볼로냐 칼벤차노(Calvenzano)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살바로(Salvaro) 본당의 멜리니 신부(과거 토리노에서 돈 보스코를 직접 만났던 살레시안)의 영향을 받아 피날레 에밀리아의 살레시오 학교에 입학하며 돈 보스코의 아들이 되기로 결심했다.
1935년 사제로 서품된 코미니 신부는 밀라노 국립대학에서 문학 학위를 받을 만큼 학구적이었으며, 여러 살레시오 학교에서 교육 사도직에 헌신하던 다정하고 지성적인 살레시안이었다. 그러던 중 1944년 여름, 전쟁의 포화가 거세지던 시기에 그는 고향 인근 살바로에 머물며 연로한 멜리니 신부를 돕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데혼회 소속의 사제인 마르티노 카펠리 신부와 깊은 영적 우정을 나누게 된다.
"모두가 아니면 아무도 안 됩니다!" 양들의 곁을 지킨 착한 목자
운명의 날이었던 1944년 9월 29일. 파르티잔과의 전투 후 나치 친위대가 민간인 69명을 인질로 붙잡았고, 그중 상당수가 총상 등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어 영적 위로가 필요하다는 다급한 소식이 들려왔다. 코미니 신부와 카펠리 신부는 쏟아지는 전장의 총탄을 뚫고 성유를 챙겨 죽어가는 이들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그들은 곧바로 나치에 의해 파르티잔의 스파이로 몰려 체포되었고, 가혹한 강제 노역에 동원되어 끔찍한 환경 속에서 탄약을 날라야 했다. 그러던 중 코미니 신부에게 홀로 석방될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에게만 제공된 석방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며 남긴 한마디는 살레시안의 영원한 자랑으로 남았다.
코미니 신부는 죽음의 공포에 떠는 인질들 곁을 끝까지 지키기로 결단했다. 10월 1일 주일, 마침내 처형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코미니 신부와 카펠리 신부는 성 루이지 베르실리아 주교와 칼리스토 카라바리오 신부가 중국 땅에서 그러했듯 서로에게 고해성사를 베풀었다. 이어 코미니 신부는 총구를 겨눈 병사들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큰 목소리로 인질들을 향해 사죄경을 외쳤고, 곧이어 빗발치는 총탄과 함께 순교의 피를 흘렸다. 그의 시신은 차가운 레노강(Reno River)에 던져졌다.
사랑은 결코 죽지 않는다
함께 시복된 우발도 마르키오니 신부(당시 26세) 역시,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지키고 신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대 앞에서 성체를 영하다가 제대 바로 아래에서 총탄에 맞아 순교했다. 소속은 달랐지만, 이 세 명의 젊은 사제들은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양 떼를 지키는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뭉쳐 있었다.
이번 볼로냐에서의 시복식은 전 세계 살레시오 가족에게 '참된 목자의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금 묻고 있다. 코미니 신부의 유해는 비록 강물에 떠내려가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그 숭고한 피의 증언은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들 마음속에 영광스러운 '복자(Blessed)'의 이름으로 찬란하게 부활했고, 살레시오 가족들에게 용기 있는 신앙의 모범이라는 큰 선물로 되살아났다.
새로운 복자 엘리아 코미니 신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