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부활절 프란치스코 교황님 메시지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2천 년 전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르 16,6 참조)는 선포가 오늘 전 세계에 울려 퍼집니다.
교회는 주간 첫날 매우 이른 아침, 무덤에 갔던 여인들의 놀라움을 되새깁니다. 예수님의 무덤은 큰 돌로 막혀 있었습니다. 그처럼 오늘날에도 전쟁의 돌, 인류 위기의 돌, 인권 침해의 돌, 인신매매의 돌 등 무겁고 너무 무거운 돌들이 인류의 희망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여제자들처럼 서로에게 "누가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려 내 줄까요?"(마르 16,3)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부활절 아침에 발견한 것은 바로 그 큰 돌이 이미 굴려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인들의 놀라움은 곧 우리의 놀라움입니다. 예수님의 무덤이 열려 있고 비어 있습니다!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그 빈 무덤을 통해 하느님 외에는 누구도 열 수 없는 새로운 길, 즉 죽음 가운데 생명의 길, 전쟁 가운데 평화의 길, 증오 가운데 화해의 길, 적대 가운데 형제애의 길이 놓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고, 그분만이 생명의 길을 막는 돌들을 굴려내실 수 있습니다. 아니 그분 스스로가 살아계시며 길 자체입니다. 생명의 길, 평화의 길, 화해의 길, 형제애의 길이십니다. 그분만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고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기 때문에 그분은 인간적으로는 불가능한 길을 우리에게 열어 주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용서 없이는 그 돌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죄의 용서 없이는 폐쇄로부터, 편견으로부터, 상호 의심에서, 항상 자신을 용서하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내로남불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오직 부활하신 그리스도만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면서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길을 열어 주십니다.
세상에 만연한 전쟁으로 끊임없이 닫혀 있는 생명의 문을 그분께서만 우리에게 열어 주실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먼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신비를 증언하는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과 성지의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향해 시선을 돌립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수많은 분쟁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이 지역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평화의 길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국제법의 원칙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모든 포로들에 대한 전면적인 교환을 호소합니다.
또한 지난 10월 7일에 납치된 인질들의 즉각적인 석방과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접근 보장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지금 매우 지쳐있는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계속되는 적대 행위를 용납하지 맙시다. 아이들의 눈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이 보이는지요! 아이들은 전쟁의 땅에서 웃음을 잊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은 우리에게 왜냐고 묻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왜 죽어야 하나요? 왜 이렇게 많은 파괴가 일어나나요? 전쟁은 언제나 허망하고 전쟁은 언제나 패배입니다! 유럽과 지중해에 이는 전쟁의 바람이 더 이상 거세게 불지 않도록 합시다. 무기와 재무장의 논리에 굴복하지 맙시다. 평화는 결코 무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 때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형제자매 여러분, 13년 동안 길고 파괴적인 전쟁의 결과로 고통받고 있는 시리아를 잊지 맙시다. 수많은 사망자와 실종자, 참혹한 빈곤과 파괴로 인해 국제사회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오늘 저의 시선은 각별히 한동안 제도적 봉쇄와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위기에 시달렸고 지금은 이스라엘과 국경에서 벌어지는 적대 행위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레바논을 향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사랑하는 레바논 국민을 위로하시고, 만남과 공존, 다원주의의 땅이 되기 위한 레바논의 소명을 지탱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유럽 프로젝트에 통합하기 위해 중요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서부 발칸 지역에 특별한 마음을 전합니다. 민족적, 문화적, 신앙적 차이가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유럽 전체와 세계를 위한 부의 원천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아 대화를 계속하고, 난민을 지원하고, 다른 종파의 예배 장소를 존중하고, 가능한 한 빨리 최종 평화 협정에 도달 할 수 있도록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회담을 촉구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폭력과 분쟁, 식량 불안과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고통받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길을 열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모든 형태의 테러 희생자들에게 위로를 주시길 바랍니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의 뉘우침과 회개를 간구합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아이티 국민을 도우시어, 이 나라를 피로 물들이는 폭력이 하루빨리 멈추고 민주주의와 박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시달리는 로힝야족을 위로하시고, 수년간의 내부 갈등으로 분열된 미얀마에 화해의 길을 열어주셔서 마침내 모든 폭력의 논리가 사라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아프리카 대륙, 특히 수단과 사헬 지역 전체, 아프리카의 뿔(이디오피아와 소말리아 지역), 콩고민주공화국의 키부 지역, 모잠비크의 케이프 델가도 지역의 고난 받는 사람들에게 평화의 길을 열어주시고, 광대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기근과 기아를 초래하는 장기적인 가뭄 상황을 종식시켜 주시길 기도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이주민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빛을 비추시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연대하여 더 가난한 가정이 직면한 많은 도전에 함께 대처하고 보다 나은 삶과 행복을 추구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께서 인도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성자의 부활로 우리에게 주어진 영원한 생명을 기뻐하는 이 날, 우리 각자에 대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 모든 한계와 약점을 뛰어넘는 사랑을 기억합시다. 하지만 이 귀한 생명의 선물이 얼마나 자주 경시되고 있는지요. 얼마나 많은 아기들이 빛을 보지 못하나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거나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학대와 폭력에 희생 되고 있나요? 날로 증가하는 인신매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생명이 상품화되고 있나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죽음의 노예에서 해방시키신 날, 저는 정치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인신매매의 재앙에 맞서 싸우고 착취 조직망을 해체하며 피해자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주님께서 위로와 희망을 주시길 기도합니다.
부활의 빛이 우리의 생각을 밝히고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켜, 환대받고 보호되고 사랑받아야 하는 모든 인간 생명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시기를 빕니다.
모두 부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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