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유의 명절인 추석날 이루어진 이번 만남에는 순례단을 동반하는 백광현 마르첼로 관구장 신부와 정일현 신부를 비롯해, 까리따스 수녀회 박윤숙(에밀리아나) 총장 수녀 등 로마에 거주 중인 한국 살레시오 가족 등 16명이 함께 모여 풍성한 명절의 기쁨을 누렸다.
이들은 예수성심성당 내 '돈보스코제대'에서 "때가 되면 모든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는 9살 때 꿈의 말씀을 마침내 이해하고 감동의 눈물로 미사를 이어가지 못했던 돈 보스코의 모습을 되살리는 감동적인 미사를 봉헌한 뒤, 본부 공동체 경당으로 자리를 옮겨 총장 신부의 영성 깊은 훈화를 듣는 은혜로운 시간을 가졌다.
부활하신 착한 목자, "상처는 있지만 아픔은 없다"
총장 신부는 경당에 그려진 '참 목자이신 예수님' 성화를 가리키며 훈화의 문을 열었다. "이 그림 속 예수님은 평범한 목자가 아니라 죽음을 이기신 '부활하신 착한 목자'이십니다. 라틴어로 'Sunt vulnera, sed non dolores(상처는 있지만 아픔은 없다)'라고 적혀 있듯, 우리에게 생명을 내어주신 분이십니다." 그는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와 돈 보스코가 하나로 이어지는 경당의 아름다운 미학적 구조 자체가 청소년들에게는 이미 '첫 번째 복음화'의 시작임을 강조했다.
하느님에 '대해' 말하기 전, 하느님'과' 대화하십시오
이어 루카 복음을 바탕으로 세 가지 깊이 있는 묵상을 나누었다. 첫째로 총장 신부는 예수님께서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신 후' 제자들에게 당신의 정체성("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을 물으셨음을 상기시켰다. "우리 살레시오 회원들은 젊은이들을 위해 헌신하느라 매우 바쁩니다. 그러다 보니 하느님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은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하느님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그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면 결국 모순과 공허함만 남게 될 것입니다."
둘째로, 인간적인 생각에 갇히는 것을 경계했다. 베드로가 하느님의 뜻대로 생각할 때는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정답을 말했지만,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가로막으며 인간적인 방식대로 생각했을 때는 곧바로 '사탄'이자 걸림돌로 꾸짖음을 받았음을 지적했다. "우리의 관대함과 선함이 아무리 진심이라도,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면 결국 나의 이익과 인간적인 생각에 따라 선을 행하게 됩니다. 내적으로 예수님과 깊이 결합하지 않으면 우리는 파편화된 삶을 살게 됩니다."
내년 예방교육 150주년, "먼저 우리 안에서 예방교육을 사십시오"
마지막으로 총장 신부는 다가오는 예방교육 150주년의 의미를 짚으며, 교육자 자신이 먼저 '하느님의 사람'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강력히 당부했다. 초기 살레시안들이 돈 보스코를 뛰어난 건축가나 사도가 아닌 '하느님과 깊이 일치한 사람'으로 기억했듯, 오늘날 살레시안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 역시 영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돈 보스코가 라틴 아메리카 선교사들에게 보냈던 편지를 인용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돈 보스코는 '예방교육은 우리의 것입니다. 먼저 여러분들 안에서 예방교육을 사십시오. 그러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사십시오'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젊은이들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이성, 종교, 감응하는 사랑(Amorevolezza)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진실한 증언만이 첫 번째 복음화가 됩니다."
백광현 관구장 신부는 한국 살레시오 가족을 대표해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가 정성스레 적힌 한국 전통 합죽선을 총장 신부에게 선물하며, 한국 살레시오 가족들에게 각별한 정을 보여준 총장 신부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멀리 로마에서, 그것도 민족의 명절인 추석에 한자리에 모여 총장 신부의 진심 어린 격려와 깊은 영적 성찰을 가슴에 새긴 순례단과 한국 살레시오 가족들. "나의 마음은 하느님의 불로 가득 차 있는가?"라는 총장 신부의 깊은 물음을 안고 남은 순례 여정을 은총 속에 잘 이어가기를 기도한다. 또한 총장 신부의 당부에 따라 온 살레시오 가족이 청소년 사목 현장 곳곳에서 예방교육을 생생히 살아내는 '하느님의 사람'으로 굳건히 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