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오 가족의 마음과 마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서 뜨겁게 하나로 연결된 벅찬 밤이었다. 7월 10일, 서울 살레시오회 관구관 7층 성전에서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향한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살레시오 가족 WYD 발대식 미사'가 거행되었다. 살레시오회, 살레시오 수녀회(FMA), 살레시오 협력자회, 도움이신 마리아회(ADMA), 카리타스수녀회, 재속회, 동문회 등 살레시오 가족단체 회원들과 살레시오청년운동과 동역자 및 청소년 등 300여 명이 성전을 가득 메운 가운데, 뜨거운 기도와 찬미 속에서 감동적인 여정의 닻을 올렸다.
십자가 아래 피어난 희망, "너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미사는 거룩한 십자가와 성모님 이콘의 입당으로 장엄하게 시작되었다. 살레시오 가족들이 다 함께 정성스러운 손길로 받들어 모신 십자가와 이콘이 제대 앞 지정된 자리에 안치되며 본격적인 발대식의 서막을 열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백광현 마르첼로 관구장 신부는 강론을 통해 십자가가 지닌 깊은 의미를 나누었다. 백 신부는 “1984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주신 이 십자가를, 수백만이 모이는 본 행사 당일에는 멀어서 제대로 보기조차 힘듭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 가운데 이 십자가를 이렇게 가까이 모셨습니다”라며 벅찬 감회를 전했다.
이어 그는 “십자가는 흔히 실패와 죽음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불안한 미래와 고통스러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이 예수님의 십자가와 결합할 때 그것은 새로운 '희망'으로 변모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백 신부는 과거 사제 서품식 때 제단 바닥에 엎드려 성령의 은총을 간구했던 자신의 애틋한 기억을 나누며, “오늘 여러분도 마음속에 담아둔 가장 진실한 기도를 포스트잇에 적어 십자가에 봉헌해 주길 바랍니다. 그 기도를 통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너희는 혼자가 아니라 내가 너희와 함께한다’는 예수님의 다정한 음성을 듣게 될 것입니다”라고 독려했다. 아울러 내년 총장 신부님과 총장 수녀님을 비롯해 전 세계 살레시오 가족들이 모이는 축제를 위해, '오천 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간절한 기도와 지원을 당부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십자가, 그리고 청년들의 진솔한 고백
강론 후 이어진 '기도 퍼포먼스'는 이날 미사의 가장 가슴 뭉클한 하이라이트였다. 들뜬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 성당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오직 제대 앞의 십자가만을 향해 따뜻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쳤다. 미사 참가자들은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자신의 가장 깊은 고민과 진실한 기도가 적힌 포스트잇을 십자가에 직접 붙이며 기도를 바쳤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눈물과 기도를 품어온 그 나무 십자가에 나의 가장 무거운 짐을 내어드리고 주님의 위로를 체험하는 은총의 시간이었다.
특히 이날 미사에서는 청년 찬양단인 보스코찬양단의 아름답고 정성스러운 연주와 반주, 성가 합창 및 독창이 십자가 순례 미사를 더욱 아름답고 의미 깊게 하였다. 이어지는 영성체 묵상 시간을 돕기 위해 박누리 카타리나 자매의 특송 ‘광야의 주님’이 성전 가득 울려 퍼지며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위로와 감동을 선사했다.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 - 용기를 낸 발걸음
청년 김예슬 마리아 자매의 WYD 참가 증언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삶의 방향을 잃고 두려움 속에 헤매던 그녀는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는 성경 구절에 이끌려 WYD라는 낯선 순례의 길을 떠나게 된 사연을 담담히 나누었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직장마저 그만두고 대회에 참가한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녀는 낯선 타국 민박집 할머니가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정성껏 밥을 차려주고 옷을 빨아주시던 그 다정한 손길에서,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 계획이 이토록 치밀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깊이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또한 "내가 받은 이 거저 주신 사랑이 개인의 기쁨으로만 머물지 않고, 세상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착한 행실로 이어지기를 청한다"는 아름다운 다짐으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2027년을 향한 살레시안의 거대한 축제 준비
증언에 이어 살레시오 세계청년대회 준비위원장인 장동현 신부의 향후 활동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장 신부는 “십자가를 짊어진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예수님이 계신 십자가에 '내가 기대어 살아간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라며 발대식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했다.
장 신부는 내년 WYD 본대회 기간 중인 8월 4일, 전 세계에서 찾아온 3,000~5,000명의 살레시오 청년들이 모두 모이는 거대한 축제가 열릴 것임을 예고했다. 오전에는 관구관에서 청년 포럼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실내 체육관을 대관하여 돈 보스코가 꿈꾸었던 ‘젊은이들의 하나 된 친교와 축제의 장’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7월 말 조직위원회를 정식으로 결성하고 살레시오 가족의 모든 역량과 자원봉사의 손길을 모을 예정이다.
미사가 끝난 이후에도 십자가 곁을 떠나지 못하고 다가가 기도하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참가자들의 발길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사실 십자가 순례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관구관 공동체의 '젊지 않은' 형제들이 분초를 쪼개며 짧은 기간 동안 일정을 기획하고 한무개하는 십자가를 7층까지 맨몸으로 짊어 옮기는 등 전적으로 투신한 공이 적지 않다. 언제나 그렇듯 관구의 대소행사들을 도맡다시피 감내해야 하는 형제들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땀방울 역시 이 의미 깊은 십자가 안에서 크나큰 위안과 기쁨으로 보상받기를 온 마음으로 바란다.
이날 저녁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살레시오 청년대회'에 돌입한 80여 명의 청년들은 미사 참석자들의 기도가 담긴 십자가를 이어받아, 밤을 새워 기도하며 십자가에 온전히 기대는 거룩한 철야의 시간을 갖는다. 청년들의 곁에서 다정한 버팀목이 되어준 십자가와 성모님 이콘은 청년대회가 끝나는 12일 오전까지 관구관 7층 성전에 모셔져, 삶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다함 없는 위로와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미사보기: https://www.youtube.com/live/s4ruiPOyoWg
사진나눔: https://www.flickr.com/photos/salesiankorea/albums/72177720334626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