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오중고등학교 70주년
5월 20일, 9일 기도 여섯째 날 영상은 교육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어느 살레시오 교육자의 진솔한 기도로 시작한다. 마침 오늘(19일) 광주 살레시오중고등학교가 옥현진 대주교의 주례로 개교 70주년 기념 미사와 성대한 축하 행사로 기쁨을 누린 참이라, 이 땅의 청소년들을 위한 참된 교육의 발자취가 무엇인지를 묵상하게 하는 여섯째 날의 주제 '귓속말의 어머니, 마리아'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상 속 교육자는 오늘날의 복잡한 아이들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후드티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아무와도 가까이하지 않고 숨어버리는 '마티아', 쉼 없이 수다를 떨다가도 어른이 다가가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아이들. 겉으로는 애어른처럼 단단히 무장했지만, 속은 거친 세상에 상처받을까 두려워 한없이 연약한 청소년들이다.
"이 밭에서 제가 일해야 하는 방식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제 임무는 아이들 스스로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인데... 사춘기 청소년이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하려면, 저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세상의 속도에 지친 아이들을 진심으로 보호하고 싶은 교육자의 이 애끓는 기도는, 지난 70년 동안 광주 살레시오 교정에서 숱한 살레시안 교육자들이 바쳐온 기도이기도 하다.
마음을 두드리는 마리아의 시선과 돈 보스코의 가르침
이에 총장 신부님은 돈 보스코의 불후의 가르침, "먼저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십시오"라는 지혜를 꺼내 든다. 그리고 그 진정한 환대와 친밀함의 예술을 가르쳐주시는 완벽한 스승이 바로 '귓속말의 어머니' 마리아이심을 일깨워준다.
성모님의 '귓속말'은 결코 지시나 잔소리가 아니다. 엘리사벳의 고단함을, 카나 혼인 잔치의 난처함을 누군가 말하기 전에 먼저 헤아려주셨던 것처럼, 마리아의 귓속말은 상대의 행간을 읽어내는 다정한 '시선'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청소년들 역시 이런 따스한 시선이 자신을 온전히 바라본다고 느낄 때에만, 어른들의 조언이나 방향 제시를 무거운 명령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성모님 곁에서 아이들은 굴욕당하지 않고 안전함을 느낀다. 자신의 투박한 질문들이 진지하게 경청 되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지지받기 때문이다. 마리아를 바라보며 교육하는 이는, 훈계의 채찍보다 먼저 다가가 품어주는 선량한 현존과 '마음에서 우러나와 마음에 닿는 귓속말', 즉 마음에 감동을 주는 사랑이요 그 사랑의 응답을 이끌어 내는 사랑(Amorevolezza)의 위력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먼저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십시오"라는 가르침의 참 의미가 드러난다.
투명 인간처럼 숨은 아이들을 빛 가운데로 이끄는 기도
"이해하기 힘든 이 일터에서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주시고, 선으로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을 찾게 도와주세요. 투명 인간처럼 사는 이들을 빛 가운데로 이끌어내고, 분노 속에 사는 이들이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하소서."
투명 인간처럼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열기 위한 교육자의 눈물 어린 기도는 깊은 감동을 남긴다. 광주 살레시오중고등학교가 지난 70년 역사의 숱한 굴곡 속에서도 수만 명의 청소년들을 올곧게 키워낼 수 있었던 비결 역시, 다름 아닌 다정한 시선으로 아이들의 귓가에 하느님의 사랑을 속삭여온 참된 교육자들의 '다가감'과 '머무름'에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100년을 향한 역사 속에서도, '귓속말의 어머니'를 닮은 살레시오 교육이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밭을 비옥하게 하여, 눈부신 신뢰와 사랑의 응답에 의한 과실이 풍성하게 영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20일(VI), 동반하고자 하는 이의 기도: https://youtu.be/ZGdK4FZ3wp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