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9일 기도의 넷째 날 주제는 '귓속말의 어머니, 마리아'이다. 영상은 자신만의 세계로 숨어버려 마치 투명 인간처럼 겉도는 아이들, 어른이 다가가면 입을 굳게 닫아버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짙은 고민에 빠진 어느 살레시오회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이 세상의 거친 질주 속에서 상처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싶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임무인 '사랑받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일' 앞에서 그는 깊은 막막함을 느낀다.
먼저 바라보고 다가가는 선한 현존
총장 신부님은 해설을 통해 마리아께서 굳게 닫힌 방어벽을 허무는 '귓속말'의 위대한 스승이심을 일깨워준다. "두려움을 주기보다 먼저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십시오"라는 돈 보스코의 가르침처럼, 성모님은 무언가를 지시하기에 앞서 먼저 따뜻한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신다. 엘리사벳의 고단함을, 카나 혼인 잔치의 난처함을 꿰뚫어 보셨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 젊은이들 역시 비판이나 명령이 아닌, 자신의 행간을 읽어주는 자비로운 시선을 느낄 때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다. 조언이나 꾸지람조차도 명령이 아닌, 나를 아끼는 다정한 '귓속말'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마리아 곁에서 모든 젊은이는 안전함을 느낀다. 자신의 엇나감이 고발당하지 않고 진지하게 경청 받으며, 다정함 속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아픔의 십자가 아래에서 바치는 평화와 환대의 기도
특히 5월 18일 넷째 날의 기도는 '희망을 갖지 못한 이들'을 향해 바쳐진다. 영상 속 기도자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도 인류를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셨던 성모님을 부르며 간청한다. "폭탄과 날아드는 총알, 증오의 칼날에 찢겨나가는 수많은 당신의 자녀들을 보십니다. 부디 떠나지 마시고, 모든 십자가 아래에 머물러 주십시오."
불의와 폭력에 맞서 피 흘리며 고통받았던 우리 역사의 아픈 5월을 조용히 성찰하게 하는 대목이다. 무력한 현실 앞에서도 결코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셨던 십자가 아래의 성모님처럼, 우리 역시 세상의 아픔을 끌어안고 평화와 연대의 길로 나아가야 함을 깊이 묵상하게 된다.
"우리에게 대화의 몸짓과 환대의 언어로 고통받는 이들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게 해주십시오."
영상 속의 이 간절한 부르짖음은 5월의 짙은 녹음 속에서 생명과 화해를 염원하는 우리 모두의 기도가 된다. 서로의 상처에 다정하게 귀 기울이는 '귓속말'의 사랑이야말로, 이 시대의 철벽같은 단절과 낡은 미움을 치유하는 가장 따뜻한 기적임을 넷째 날의 여정은 묵직하게 전해주고 있다.
참된 만남을 향한 홍보 주일의 부르심과 살레시안의 다짐
마침 예수 승천 대축일이자 제60차 ‘홍보 주일(World Communications Day)’을 지내며, 성모님의 ‘귓속말’을 묵상하는 넷째 날의 여정은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올해 레오 교황님은 홍보 주일 담화에서 ‘인간의 목소리와 얼굴 지키기(Preserving Human Voices and Faces)’를 핵심 주제로 삼으셨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소통을 대신해 가는 시대일수록 진실한 만남과 인간 존엄을 굳건히 수호해야 함을 강조하신 것이다. 화면 너머의 알고리즘이나 가상 현실로 도피하는 대신, 타인의 얼굴을 온전히 마주 보고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교황님의 이 간절한 호소는, 우리 살레시오 가족이 따르고자 하는, 상대방의 가슴 속으로 깊이 들어가 다정하게 다가가는, 마리아의 ‘귓속말’ 영성과 더없이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이 아름다운 성모 성월, 우리 살레시오 가족 모두가 차가운 기계적 소통의 장벽을 넘어 진실된 얼굴과 따뜻한 목소리로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과 이웃에게 다가가기를 기도한다. 세상의 아픔과 단절을 치유하고 참된 사랑을 전하는 ‘소통과 환대의 사도’로 거듭나는 복된 9일 기도의 여정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