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7일 오전 11시,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 자리한 500평 대지에 세워진 100평 단독주택과 부속 건물이 상처 입은 청소년들을 품어 안을 따뜻한 보금자리요 형제회원들 삶의 둥지가 될 수도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청량한 제주의 바람이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듯 반겨주는 이날, 제주교구장 문창우 비오 주교의 주례로 거행된 축복식에는 삼십여 명의 반가운 발걸음이 이어져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살레시오회 백광현 관구장 신부와 이시돌농촌개발협회의 마이클 리어던 신부를 비롯해, 제주교구청의 이승협 청소년사목위원장 신부, 현요한 선교국장 신부, 김태정 사무처장 신부, 김형민 사회복지위원장 신부 등 많은 교구 사목 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여 뜻을 더했다.
또한, 위기 청소년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제주지방법원 가사과 판사들과 조사관들,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주식회사 영도건설 고영두 이냐시오 회장 부부, 언제나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는 제주교구 원로 이대원 미카엘 신부도 기꺼이 함께하며 축복을 더했다.
새롭게 문을 연 살레시오 조천공동체(원장: 유명일 사무엘 신부)는 여느 수도원과는 조금 다른, 아주 특별한 사명을 품고 있다. 1층과 부속 건물을 '청소년회복지원시설'로 내어주어, 어둠 속에서 길 잃은 청소년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활동 수도회를 대표하는 살레시오회의 카리스마, 즉 '청소년을 향한 사랑'이 제주의 땅에서 이토록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피어나는 뜻깊은 자리이다.
이날 축복식의 가장 큰 감동은 문창우 주교의 강론이었다. 오랜 시간 광주가톨릭대 교수와 주교회의 교육위원장을 지내며 청소년 교육에 헌신해 온 문 주교는, 이 새로운 시설의 의미를 깊이 헤아리며 이렇게 가치를 부여했다.
"‘숨비소리’라는 이름은 제주 바다의 깊은 생명성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해녀들이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숨을 꾹 참고 물질하다가,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오며 터뜨리는 생명의 외침이 바로 숨비소리입니다. 우리 청소년들도 이와 같습니다. 때로는 깊은 상처의 바다에 잠겨 외로움과 불안 속에서 숨이 막혔겠지만, 이제 이 따뜻한 공동체 안에서 다시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온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힘찬 숨비소리를 내뿜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은총 가득한 축복식이 끝난 후에는 정성껏 마련된 점심을 나누며 가족적인 분위기의 웃음꽃을 피웠다. 새 단장을 마친 수도원과 시설 곳곳을 둘러보는 시간도 가졌는데, 특히 평소에는 ‘금녀의 공간’인 2층 수도원 내부를 이날 하루 특별히 개방하여 눈길을 끌었다. 방문한 자매들도 남자 수도원의 내밀하고 소박한 일상을 흥미롭게 엿볼 수 있었고, 경당과 계단에 모셔진 아름다운 부활 예수상 앞에서는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따뜻한 온기를 이어받아, 살레시오회 조천공동체는 오는 5월 9일(토) 오전 11시에 제주의 살레시오 가족을 위한 ‘살레시오협력자 창립 1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한다. 이날은 제주의 모든 살레시오 가족이 한데 모여 정겨운 집들이도 함께할 예정이다. 새롭게 둥지를 튼 조천공동체가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한 '숨통'이자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새로운 희망의 명소요 살레시오 가족 및 청소년 영성의 요람이 되길 두 손 모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