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흰꽃 향기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5월 2일, 예수의까리따스 수녀회 방배동 서울 관구관(관구장 이숙희 발비나 수녀)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는 2026년도 스트렌나 주제를 두고 뜻깊은 '2026 살레시오 가족 영성의 날' 행사가 열렸다.
총 265명의 살레시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 축제는 모처럼 까리따스 수녀회에서 주최한 것으로 그 시작부터 남달랐다. 가까이 있는 지하철 4호선 사당역 출구에서부터 환한 미소로 안내와 주차 봉사를 펼친 까리따스 수녀님들의 따뜻한 환대는 참석자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40년의 인연, 기쁨으로 빚어낸 카나의 혼인 잔치
행사의 진행을 맡은 김세베리나 수녀는 오늘이, 1986년 5월 1일 에지디오 비가노 총장 신부가 예수의까리따스 수녀회를 살레시오 가족으로 공식 인준한 지 정확히 40년이 되는 뜻깊은 날임을 상기하며 이날이 지닌 또 하나의 기쁨을 더했다. 돈 보스코가 감동의 눈물로 봉헌했던 로마의 예수성심성당과 같은 이름을 지닌 까리따스수녀회의 '예수성심성당'을 차지한 이번 축제는 살레시오 수녀회와 협력자가 정성껏 준비한 시작 전례로 문을 열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백광현 관구장 신부는 환영사를 통해 "오늘 우리의 모임이 가나의 혼인 잔치처럼 기쁨과 친교, 그리고 희망의 포도주를 길어 올리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그리고 단체 대표들의 정겨운 소개 시간도 이어졌는데, 특히 동문회 이명재 회장은 영원히 주니어인 동문회에 대해 소개하며, 전날 한국주재 교황대사관 55년 근속과 교황청 기사 작위의 영예를 받은 김연근 첼시오 동문의 자랑스런 소식을 소개해 가족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말씀과 삶이 어우러진 풍성한 나눔의 향연
오전 시간은 세 명의 강사가 전하는 진한 삶의 나눔으로 채워졌다. 첫 번째 강사로 나선 성하윤 신부는 올해의 스트렌나인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를 주제로,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능동적으로 개입하셨던 성모님처럼 우리도 세상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하느님이 주신 '사랑(Amorevolezza)'의 보물 상자를 활짝 열어젖히자고 당부했다.
이어진 체험 나눔은 참석자들의 가슴을 감동으로 먹먹하게 했다. 1984년 에티오피아에 선교사로 첫 파견되어 그곳에서 38년간 헌신한 살레시오 수녀회 이광심 수녀가 "선교란 누군가를 개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삶의 방식"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하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선교다"라는 깊은 울림이 담긴 증언을 했다. 이태석신부의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인 최선호 이보 형제는 자신의 청년 시절 삶에 깊은 영향을 준 선교사들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이태석 신부를 '톤즈의 돈 보스코'로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살레시오청년운동(SYM)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을 엮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그들이 협력자로 살레시오 가족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초대와 안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오전 시간의 마무리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WYD)를 향한 장동현 신부(2027 서울 SYM 조직위원장)의 뜨거운 초대로 채워졌다. 살레시오 가족들은 8월 4일로 예정된, 5천 명 규모의 SYM 축제를 위해 자원봉사와 홈스테이, 그리고 물심양면의 후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살레시오 가족들은 2027년 SYM 축제에 '무심한 손님'으로 참가할 것이 아니라, 성모님께서 카나에서 보여주신 것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돕는 주인이 될 것을 다짐했다.
함께 뛰고 웃으며 하나 된 축제, 그리고 파견
도시락으로 마련된 점심 식사 후, 오후에는 김형석 신부가 이끄는 '살레시오 가족의 기쁨'이라는 제목의 레크리에이션이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나이와 소속의 벽을 허물고 동심으로 돌아간 참가자들은 푸짐한 상품과 함께 맘껏 웃고 즐기며 살레시안 특유의 명랑함을 뽐냈다.
행사의 대미는 백광현 신부가 주례하는 파견 미사였다. 백 신부는 강론에 앞서 예수의까리따스 수녀회의 살레시오 가족 인준 40주년, 협력자회 창립 150주년, 몽골 진출 25주년 등 살레시오 가족 내의 굵직한 경사와 기념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함께 축하했다.
특히 최근 다녀온 몽골 선교지의 뭉클한 소식을 전했다. 나라 전체에 1,500명이 채 안 되는 척박한 교세 속에서, 이번 부활을 기해 무려 4명이 세례를 받았고, 바로 이어 12명이 예비자가 교리를 받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백 신부는 "이 12명이라는 숫자는 전 신자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선교사들이 온 마음으로 다가간 증거"라며, "우리 각자도 삶의 자리에서도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로운 얼굴이 드러나게 하는 살레시오 가족의 참된 소명"을 살아가자는 다짐으로 강론을 마무리 했다.
이날 미사에 봉헌된 헌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몽골 선교지를 위해 전달될 예정이다. 하루 종일 웃음과 감동이 끊이지 않았던 행사는 살레시오 가족 행사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드론 단체 촬영'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가운데 화려하게 막을 내리며, 내년 광주에서 SDB 주관으로 다시 만날 것을 다짐했다. 함께 길어 올린 기쁨과 희망의 포도주가 살레시오 가족들의 가슴 깊이 간직되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아름다운 부활의 향기로 널리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