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를 맞으며 봄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취할 수 있는 4월 11일, 대전 정림동 살레시오교육사목센터에서는 돈 보스코의 사업을 가장 가까이서 도왔던 실체의 후손인 '한국 살레시오협력자회'를 이끌고 동반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살레시오회(SDB)와 살레시오수녀회(FMA)의 협력자 담당 및 원장들, 그리고 협력자회 관구위원 등 총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연수가 개최된 것이다.
살레시오회 가족담당 관구대리인 장동현 신부는 “우리 SDB와 FMA에게 '협력자'란 가장 가까우면서도 어쩌면 애매하고 잘 모르는 존재일 수 있다. 따라서 우선 각 공동체의 원장들과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협력자회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소망건대 이를 넘어 깊은 의식화로 이끌고자 하는 것이 이번 연수의 취지”라고 밝히며, “이 모임 자체가 지니는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이번 기회를 통해 수도원 원장들과 담당자들의 이해가 다소 진작될 테니, 창립 150주년을 맞이하는 협력자회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커질 것”이라며 행사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날 연수의 하이라이트는 신태흥 라우렌시오 관구위원장이 발표한 '협력자회의 현황과 올바른 지회 운영 방안'에 대한 강의였다. 객관적인 통계 데이터부터 지회 현장의 이른바 '뜨거운 감자'까지, 살레시오 특유의 위트와 정감이 넘치면서도 뼈를 때리는 진솔한 나눔이 이어졌다.
통계가 말해주는 우리의 현주소: 코로나의 상흔을 넘어 새로운 희망으로
신태흥 위원장은 작년 말 기준 정확하게 집계된 협력자회 인원 통계로 말문을 열었다. 현재 한국 관구의 활동 회원은 445명, 비활동 회원 83명, 장기 비활동 회원 211명, 그리고 입회 전 초기 양성 중인 지원자 78명을 합쳐 총 817명(서약 회원 739명)의 대가족을 이룬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211명에 달하는 '장기 비활동 회원'의 숫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대면 모임이 중단되고, 고령화 등의 이유로 발길이 멀어진 아픈 상흔이다. 하지만 희망의 싹은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다. 78명의 지원자 숫자가 그 증거다.
양성은 도장 찍기가 아니다: 철저한 식별과 사도직 생활 계획의 내면화
신 위원장은 무엇보다 '양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수도권, 서남권, 중부권 등에서 3개년 커리큘럼의 '양성 학교'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양성 학교 수료증이 곧 서약 프리패스권은 아님을 강조했다. "입회 신청인 평가서에 담당 신부님, 수녀님의 서명이 들어갑니다. 과거처럼 '아, 저 사람 됐어' 하고 관행적으로 서명만 해서 올라오면 안 됩니다. 이것은 깐깐하게 굴자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식별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회 '월례 모임'임을 주시켰다. 성격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내로이 경청하고, 개성을 조율하며, 공동 사도직에서 땀을 흘리며 일치감을 맛보는 것. 이것이 바로 책을 벗어나 영성이 내면화되는 진짜 양성소다. 이를 위해 2024년에 발간되어 적극적으로 보급된 『사도직 생활 계획 해설서』를 모든 회원과 담당자들이 반드시 곁에 두고 닳도록 읽어줄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지회 운영의 '뜨거운 감자': 순번제는 NO, 합의체적 운영 YES!
이날 강의에서 가장 참석자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 것은 지회 운영의 실질적인 문제들이었다. 신 위원장은 관습처럼 굳어진 잘못된 운영 방식들을 짚어내며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가이드를 제시했다. 첫째, '참사위원'이라는 용어는 폐기되었다. 이제는 지회위원, 관구위원으로 통일해 불러야 한다. 둘째, 지회 위원 선출 시 '연공서열에 따른 순번제'는 지양해야 한다. 협력자회는 철저한 '합의체적 운영'을 원칙으로 하며, 담당 수도자 역시 1/n의 표를 행사할 뿐 위원장을 임의로 지명할 수 없다. 셋째, 지회에 여러 팀이 나뉘어 있을 경우, 지회 위원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한 지붕 세 가족인데 대화가 없는 가족'이 되어버린다. 넷째, '회의록' 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출결, 재정, 동반자의 훈화가 담기는 '1차 사료'이므로 관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표준 회의록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렇게 준비합니다!" 웃음과 감동이 교차한 권역별 나눔 발표
오후에는 다가오는 5월 9일 협력자회 창립 150주년 기념일과 지회 활성화를 주제로 열띤 권역별 그룹 토의가 진행되었다. 이어진 발표 시간은 각 지역 협력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뭉클한 사연들로 꽉 채워졌다.
동남권(창원·부산)은 과거 담당 사제의 부재로 느꼈던 소외감이 새 담당 신부의 따뜻한 관심 덕분에 완전히 해소되었다며 활짝 웃었다. 동남권은 5월 25일 이태석 신부 기념관에서 연합 행사를 치르고, 올 연말엔 염원하던 '동남권 살레시오 영성의 날'을 개최하기로 했다. 제주권은 5월 9일 이시돌 공동체의 새 보금자리 축복식을 성대하게 겸하며 뭍으로의 성지순례를 추진한다.
중부권은 침체기를 겪으며 흔들렸던 지회가 오히려 영성이라는 밑바닥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뼈저린 깨달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서남권은 관구 차원의 일정에 연대하면서도 전대사 축일에 권역 미사를 봉헌하는 전통을 세우고, 10월 전국 행사에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붐을 조성하겠다는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십자가와 상처를 품어 안는 '현실 공동체'…
은총의 만남은 백광현 관구장 신부가 주례하는 파견 미사로 대미를 장식했다. 관구장 신부는 강론을 통해 앞서 치열하게 논의했던 우리의 불완전한 현실을 영성적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요즘 '현실 남매', '현실 부부'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우리의 '현실 협력자회', '현실 수도 공동체' 역시 생각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스위치를 켜듯 내 마음대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상실과 회복이라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아갈 때 얻어지는 열매이며, 십자가가 빠진 사랑은 독버섯과 같습니다."
관구장 신부는 복음에서 의심 많던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혼자서는 신앙도, 영성도 이룰 수 없습니다. 다락방에 숨었던 제자들이 서로에게 증인이 되어주었듯, 우리도 지회 안에서 서로의 증언을 듣고 나누며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특히 그는 상처를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우리가 받은 상처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구성해 줍니다. 사랑은 구체적인 증거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타인의 상처를 바라보고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라고 통찰했다.
마지막으로 관구장 신부는 뜻깊은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보지 않고도 예수님과 돈 보스코를 믿으며 150년의 역사를 일궈낸 모든 협력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지난 세월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 신태흥 관구위원장과 위원들, 그리고 윤종걸 150주년 준비위원장과 위원들의 노고에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고, 성당 안에는 뜨거운 감사의 박수가 울려 퍼졌다.
"돈 보스코께서 꿈꾸셨던 아름다운 협력자회를 이 땅 한국에서 실현하라는 사명에 용기 있게 응답합시다.”라는 다짐 속에 이번 연수가 평신도의 자율성과 수도자의 세심한 동반,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사랑으로 끌어안는 굳건한 일치를 모색하는 시간임을 확인한다. 창립 15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이한 살레시오협력자회가 내실을 다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체성을 확실하게 정립할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