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로 이끈 세 가지 열망: 결핍, 가난, 그리고 확장된 마음
이호열 신부가 처음 선교사로 파견된 것은 2001년 10월이다. 당시 아프리카로 떠났던 회원들이 여러 이유로 되돌아오는 것을 보며, "아시아 지역의 문화와 적응에 새로운 길이 있겠다"고 판단한 그는, 마침 2천년 대희년을 맞아 새로운 선교지로 개척되고 있는 몽골을 위한 선교사를 모집하던 상황과 맞물려 망설임 없이 이에 지원했다.
그가 선교사의 길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에서 '돈 보스코 작은 집' 아이들과 함께 살며 느꼈던 세 가지 묵상이 자리하고 있다. 첫째는 신부로서 부모의 빈자리를 온전히 채워줄 수 없다는 '결핍의 한계'에 대한 성찰이었고, 둘째는 더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살레시안 수도자로서의 근본적인 삶의 갈망이었다. 셋째는 우리보다 상황이 어려운 다른 나라 아이들도 우리의 사명이 향하는 이들이라는 넓어진 비전을 마음에 새긴 결과였다. 더불어 과거 사회주의 국가였던 몽골을 통해 훗날 혹시라도 북한 선교로 우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몽골을 선교지로 선택한 배경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선교사의 삶이란? "아이들을 찾아 부활의 기쁨을 전해주는 것"
25년의 세월, 4반세기를 가장 상황이 어려운 선교지이자 제일 변방에 해당하는 몽골에서 보낸 이호열 신부에게 선교사의 삶이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부활 영성을 실현하는 것, 즉 아이들에게 그리스도가 주시는 기쁨을 전해주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아이들이 없다면 직접 찾아 나서야 하고, 창조주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하셨듯이 우리도 끊임없이 먼저 다가가는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몽골에서 그가 척박한 땅에 나무를 심고, 채소를 가꾸고, 몽골어로 된 신앙 서적을 출판하는 등의 모든 활동은 오직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꼭 필요한 그리스도의 사랑은 전하겠다'는 흔들림 없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몽골 교회의 현실과 살레시오회의 과제: '오라토리오'의 정착과 생태 사목
1991년 교회가 시작된 이래 35년의 역사를 지닌 몽골 교회. 넓은 땅과 적은 인구, 유목 문화, 그리고 70년간의 사회주의 통치로 인한 종교에 대한 경계심 등 지정학적·문화적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지난 35년간 세례를 받은 몽골인 총수는 1,360명 남짓이며, 그중 300여 명을 이 신부가 머물렀던 다르항 공동체에서 배출했다.
이호열 신부는 몽골 선교 25주년을 맞아 과거를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과거 사목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기술학교에 다소 편중되어 많은 인력과 재정이 투입되었음을 지적하며, 이제는 돈 보스코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오라토리오의 체계적인 구축 및 실현'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짧은 여름 동안 생태 캠프를 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실천하며 아이들에게 지구 위기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 역시 그가 꿈꾸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한국 관구 차원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 신부는 몽골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은 물론, 오라토리오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꾸준한 파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시 살아도 선교사... 허락하는 한 몽골에 남을 것"
한국 살레시오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이 신부는 "살레시오 가족 단체의 장상들은 소속 회원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아이들을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고무해 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올해로 칠순(70세)을 맞은 이호열 신부. 다시 태어나도 선교사로 살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몽골의 대자연이 주는 환경, 문화가 담고 있는 절제력 속에서 급하게 쫓기지 않고 내 발걸음으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선교지입니다. 복잡함을 떠나 아이들에게 어떻게 더 잘해줄 수 있을까만 생각하며 살 수 있기에, 저는 언제라도 그 매력을 떨쳐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건강 등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는 한, 움직일 수 있는 그날까지 몽골의 아이들 곁에 남아 제대로 된 오라토리오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여러 책을 만들며 살고 싶다는 이호열 신부. 그의 묵묵하고 숭고한 헌신이 몽골의 찬바람을 녹이고 아름다운 부활의 꽃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이호열 신부가 아름다운 자연 속에 건강하게 머물며, 별빛이 쏟아지는 눈망울로 하느님 사랑을 갈망하는 몽골의 젊은이들에게서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