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오늘날, 살레시오회 종신서원자들 84명이 현장의 고민을 나누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 살레시오회는 대전 정림동 살레시오교육사목센터에서 1차와 2차로 나누어 '2026 종신서원자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번에 열린 세미나는 지난 3월 20일(금)부터 22일(일)까지 "청소년 정신 건강과 청소년 동반자 살레시오회원"이라는 무겁고도 중요한 주제 아래 개최되었으며, 현장에서 그런 처지의 청소년들을 자주 마주하는 살레시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신간 『사랑의 동반, 청소년의 마음 돌봄』과 생생한 현장 사례의 만남
첫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주제강의에서는 황철현 신부(살레시오청소년센터 관장)가 최근 백광현 신부가 번역 출간한 신간 『사랑의 동반, 청소년의 마음 돌봄』(돈보스코미디어 발행)을 소개했다.
황 신부는 책 내용의 단순한 소개를 넘어, 사목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아이들의 사례를 생생하게 들려주며 우리가 주로 만나고 있는 아이들의 정신 건강 실태를 다시 한번 심각하게 인지하고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는 날로 증가하고 있는, 정신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통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특히 우리가 만나는 많은 수의 아이들이 다른 곳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고 돌고 돌아 결국 우리에게 ‘넘겨진다’는 현실 진단으로, 참석한 종신서원자들이 사목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면서 깊은 공감 속에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목 현장의 치열한 고민 나누기
이어진 오후 일정에서는 6~7명이 그룹으로 나뉘어 '주제 심화 및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각 조는 책의 내용에 따라 정신건강 일반, 사회불안장애, 우울증, 신체증상장애, 섭식장애, 괴롭힘, 행위중독, 정신질환, 자해, 자살, 괴롭힘 등 현대 청소년들이 겪는 다양한 정신 병리적 현상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어진 조별 발표 시간은 사목 현장의 치열한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예를 들어 괴롭힘을 주제로 다룬 그룹에서는 지능이나 사회성이 다소 부족한 아이들이 폭력의 표적이 되기 쉬운 현실과,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문제 행동을 억압하기보다는 이면의 원인을 살피며, 우리 스스로가 아이들에게 단단한 '어른 현존'이 되어야 함을 제안했다. 또한 행위중독을 논한 그룹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등을 무조건 통제하려 하기보다 “아이가 왜 그 행위에 몰입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고민해야 하고 이를 중독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문화사적 전환기의 갈등으로 시선의 폭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눠졌다. 자해 및 자살을 다룬 그룹에서는 자해가 자신을 해치는 것을 넘어 “나 좀 도와줘, 살려줘”라는 아이들의 절박한 구조 신호를 읽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 사목자들 대부분이 준비된 심리상담사가 아니기에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아이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곁에 머물며 동반하는 어른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저녁 말씀: "정신의 아픔, 기꺼이 치료받아야"
저녁기도를 마무리하는 저녁말씀에서 백광현 관구장 신부는 이번 세미나의 핵심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신경증이나 정신증은 결코 감춰야 하거나 터부시해야 할 것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하며, “몸이 아프면 당연히 병원에 가서 의사를 찾듯, 정신의 아픔도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이때 기꺼이 의사를 찾고 적당한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사목을 담당하는 형제 회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임을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에 출간된 책의 배경을 설명하며, “본부 청소년사목부에서 전 세계 살레시오 현장의 수많은 요청을 받아 이 책을 기획하고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한국말로 급하게 번역한 것 역시, 한국의 사목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상처받은 젊은이들을 우리 살레시안들이 더 깊이 이해하고 올바르게 동반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번역서 작업을 서둘렀던 의도를 명확히 전했다.
"교육도, 세이프가딩도 모두 마음의 일"
둘째 날에는 관구장 신부 주관으로 살레시오회의 '세이프가딩(Safeguarding)'에 대한 심도 있는 특강과 안전지킴이 서약서를 작성하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관구장 신부는 제29차 총회 문헌에서 세이프가딩이라는 말이 21번이나 등장할 만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과거 ‘미성년자와 취약한 사람들의 보호’라는 수동적인 용어에서 벗어나, 이제는 ‘안전한 교회 환경 지키기’ 즉 세이프가딩이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심장마비로 쓰러진 여자아이를 보고도 법적인 책임에 휘둘릴까 두려워 심폐소생술을 주저하게 되는 현사회의 모순적인 사례를 들며, 세이프가딩이란 규정을 지키고 처벌을 피하려는 방어적 수단을 넘어서는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관구장 신부는 "교육은 마음의 일이며 세이프가딩 역시 마음의 일입니다"라며 돈 보스코의 교육 철학에 담긴 원칙을 강조하며, "교육하는 것과 보호하는 것은 살레시오 사랑을 표현하는 두 가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청소년은 단지 보호받는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방과 돌봄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며 청소년 스스로 주체가 되는 안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함을 설파했다. 끝으로 세이프가딩은 오늘날 살레시오회의 핵심 사명임을 잊지 말자고 독려하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1·2차에 걸쳐 진행된 이번 종신서원자 세미나는 상처받은 청소년들을 마주하는 살레시오회원들이 동반의 지혜를 모으고, 돈 보스코의 예방교육과 세이프가딩 정신을 어떻게 실천하고 정착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는 은총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