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오회 제1세대 선교사들의 딸이라고 할 수 있는 고덕희 이멜다 여사가 오늘 낮 11시 50분에 광주 성요한병원에서 선종했다. 고인은 고아원에서의 어린시절을 제외하고 일생을 살레시오 가족 울타리 안에 머물며 살레시오회의 교육사목활동을 돕는 것으로 일생을 바쳤다.
1961년 10월 23일 생으로 기록되어 있는 고인의 출생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광주 동림동, 영산강천을 끼고 있는 광주애육원에서 살던 그는 당시 광주전라 일원의 고아원이나 정착마을 등 어려운 곳을 매주 찾던 살레시오회 첫 선교사 마(Archimede Martelli, 이탈리아 출신) 신부의 정기적인 지원을 받는 수많은 아이 중에 하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광주 신안동 살레시오 수도원으로 온 그는 낮에는 안내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S전문대의 육아교육과를 다녔다. 그때가 광주민주화운동 직후인 1982년이다.
이후 수도원에서 근무하면서 1984년 8월 6일 마 신부가 선종하기까지, 그리고 선종 이후 몇 년 동안은 김성천(모이세) 수사 등과 함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광주전라 전역의 아동복지와 정착 시설을 돌며 펼치는 살레시오회의 자선 및 장학활동을 도왔다. 이 독특한 사목활동에서 이멜다 자매는 오르간 연주와 노래 등 음악적 재능 발휘하여 전례를 아름답게 꾸미는 재주가 남달랐다.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던 마 신부의 선종으로 상당한 심리적 상실감을 겪기도 한 그는 마 신부의 동생 지오반니 씨의 초청으로 이탈리아 만토바를 방문하여 몇 년을 그곳에서 지내다 다시 돌아와 신안동 수도원 건너편 삼익아파트에 거처를 마련했다. 이후 30년을 그곳에 정착하여 기거하면서 매일 수도원 새벽미사를 필두로 안내실, 린넨실 등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수도원에서 하루를, 일생을 보냈다.
"이멜다 자매님은 믿음의 여인이었으며 살레시오 가족이라는 것에 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신안동 수도원 형제들을 위해서 늘 기도하셨고, 사후에 당신의 '집과 모든 재산을 살레시오의 사목을 위해서 써달라!'는 유서를 가방속에 늘 넣고 다니셨습니다. 2021년, 암진단을 받고부터는 '하느님을 뵙고 싶고 그 준비를 매일 한다'는 말씀을 늘 하셨습니다. 청빈에 대한 특별한 마음가짐을 갖고 실천으로 옮기신 자매님은 돈 보스코의 어머니 맘마 말가리다를 늘 존경하셨습니다. ‘나는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살고 있고 가난하게 죽고 싶다'라는 맘마 말가리다의 말씀을 그대로 살아낸 자매님이라는 것을 그분의 집을 방문하고 확신했습니다.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라든지 ‘같이 일하니까 너무 좋다’라는 말씀, 그리고 ‘사람이 귀하다’라는 말씀을 늘 입에 달고 사셨던 자매님의 큰 사랑을 기억합니다." 신안동 원장 김선오 신부의 증언에서 볼 수 있듯이 이멜다 여사는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고 돈 보스코를 따르는 살레시오 가족으로 행복한 이였다.
혈육의 가족을 갖지 못한 대신 평생을 살레시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구보다 큰 사랑을 받고 또 그만큼 베푼 행복한 삶을 영위했다. "최후의 순간까지 고통을 표현하는 대신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 밝히셨어요. 육신의 고통을 이기는 그렇게 단순하고 쾌활한 삶은 틀림없이 하느님을 가까이 모시고 사는 사람들의 특권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선종까지 거의 매일 그를 방문하여 불편한 몸을 도왔던 아가다 자매의 증언이 그 삶이 한 단면을 보여준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시기 전인 8월 13일 제가 그분을 뵈었습니다. 당시 양쪽 다리의 심한 부종으로 거동을 할 수 없음에도, 밝고 쾌할한 목소리로 마 신부님과 노 신부님께 감사드리는 말씀을 하시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살레시오회를 위해 되돌려 드린다며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인간적인 시선으로는 한 없이 짠해 보일 수 있는 삶이지만,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큰 마음을 보여주시고, 그런 삶이 누리는 참행복을 제대로 증거하신 분이라고 확신합니다."라는 관구장 백광현 신부의 증언을 들으며 그 삶 앞에 숙연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귀한 자매를 우리 살레시오 가족에게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고 고덕희 이멜다 님의 영혼이 이제 하늘나라에서 도움이신 마리아의 안내를 받으며, 돈 보스코 정원에 이르러 사랑하는 마 신부님과 노 신부님 그리고 많은 살레시오 가족들과 함께 영복을 누리시길 기도드린다.
1961년 10월 23일 생.
2025년 8월 20일 선종. 향년 63
빈소: 광주 신안동 살레시오 수도원 성당(8월 21-22일)
장례미사: 2025년 8월 23일(토) 06:30 수도원 성당
장지: 천주교 담영공원묘원 부활의집
문의: 062-512-0332(신안동 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