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오 세계의 모든 곳에서 기념하고 즐기는 8월 16일, 돈 보스코의 생일인 이날, 세상 가장 변방이자 ‘제일 작은 양떼’라고 일컬어지는 몽골 살레시오 가족들에게도 큰 기쁨이 넘치는 하루가 되었다. 오랜만에 몽골 땅에서 살레시오회 종신서원식이 거행된 것이다. 주인공은 현재 예루살렘 라티스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신학생 크리스찬 아돌포 로페스 데 레온 형제다. 그는 2022년 선교 파견식에서 몽골로 파견되어 몇 개월 머물며 몽골어를 익히다가 사제가 되기 위한 신학공부를 하기 위해 라티스본으로 가 2년을 지냈고, 이번에 종신서원을 위해 다시 몽골로 돌아왔다.
한국 관구장인 백광현 마르첼로 신부가 집전한 종신서원 미사는 몽골의 살레시오 형제들과 살레시오 수녀회를 비롯한 여러 수도 가족들 및 젊은이 등 3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울라바토르 지목구 대성당에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서원자와 가족들(어머니와 남동생)은 짙은 청색의 몽골 전통 복장을 하고 예식에 참석했다.
“하느님이 부르심에 삶을 바쳐 따를 것을 ‘예’라고 응답한 그의 마음이 촘촘한 그물이 되어 몽골 젊은이들을 낚는 주님의 어부가 되고, 그들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또 그들에게 하느님의 소리를 들려주는 착한목자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로운 종신서원자를 평생을 함께할 형제로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주례자 백광현 마르첼로 관구장 신부의 강론이다. 주례자는 귀한 아들을 살레시오회를 위해 기꺼이 봉헌하는 것은 물론이고 멀리 가장 변방 낯선 땅의 선교사로 내어주신 부모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종신서원 미사를 함께하기 위해 멀리 과테말라에서 온 어머니와 동생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크리스티안이 저희에게 작별 인사를 하던 날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아들이 지구 반대편으로 떠난다는 생각에 제 마음은 슬픔으로 갈기갈기 찢어졌고, 다시는 아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울먹임으로 인사말을 시작한 어머니 마르타는 그럼에도 하느님의 뜻에 의지하며 인간적인 슬픔을 극복하는 영웅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 “저는 하느님의 계획은 우리의 계획과 다르며, 그분은 우리 삶에서 놀라운 일들을 행하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저는 하느님께서 크리스티안을 위해 예비하신 이 여정의 일부인 여러분, 몽골 교회와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라며 오히려 아들이 파견된 몽골의 젊은이들에게 “두려워 말고 여러분의 삶의 주도권을 하느님께 맡기라고 권합니다.”라는 말씀으로 성당을 채운 젊은이들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오늘 저는 영원히 ‘예’라고 대답합니다. 제발 저를 당신의 마음에 맞는 목자로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기도로 감사의 인사를 시작한 크리스티안은 “가까이 다가가고, 기쁨에 차 있으며, 늘 준비되어 있고, 잘 들으며, 기꺼이 섬기고, 제 삶을 온전히 내어놓을 수 있는 목자가 되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직 길을 찾고 있는 이들, 특히 젊은이들, 이곳에 있는 젊은이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저를 통해 당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소서.”라는 서원 결심을 밝히며 감사의 인사를 마쳤다.
서원미사를 마친 모든 참가자는 대성당 1층 식당에 마련된 점심식사를 함께 나누며 축제의 기쁨을 누렸다. “전혀 다른 나라에서 와 몽골의 젊은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고 서원하는 크리스티안의 결심이 놀랍습니다. 무슨 동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우리와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다니 무척 고맙네요.”라는 열네 살 소년 바트에르데네의 눈빛에는 분명 기쁨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오늘 종신서원을 한 크리스티안은 9월 4일까지 몽골에 머물며 형제들과 친분을 더 깊이 쌓을 것이고, 이후에는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사제가 되기 위해 2년 남은 신학 공부를 마치고 선교지로 돌아갈 것이다.
크리스티안을 비롯해 오늘 서원을 발한 모든 살레시오회원들에게 하느님의 축복과 축하를 드리며, 주님을 닮은 착한 목자로서 젊은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살레시안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