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대축일을 맞는 몽골의 하늘은 완전히 열려 있는 청명함 그 자체다. 한국보다 한 달은 앞서가는 계절로,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는 시원함은 흔들리는 코스모스 꽃잎에 실려 사방으로 기분좋게 흩뿌려진다.
울란바토르의 살레시오 공동체는 분주한 대축일을 보내고 있다. 살레시오회가 운영하고 있는 몽골 내 4개의 본당과 오라토리오에서 60명의 아이들이 참가하는 큰 모임잔치를 열기로 한 날이다.
8월 15일은 성모님 대축일인 동시에 우리에게는 해방의 기쁨을 안겨 줬기에 온 나라가 경축하는 날이지만, 몽골에서의 상황은 그냥 평범한 일상 중의 하루일 뿐이다.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이제 좀 있으면 시작하게 될 새로운 학년도(몽골의 학제는 9월 1일에 새학년이 시작된다)를 차분하게 준비하는 시간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리교육 차원에서 그리고 성모님 대축일의 의미를 새겨주기 위해 올해 처음 기획한 행사이니 이를 위해 긴 시간 준비한 강훈 신부의 손길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북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진 다르항에서 도착한 그는 같은 공동체에 함께 살고 있는 실습생 에릭(Eric, 부룬디 출신 신학생수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맞아 진행할 프로그램을 챙기기에 바빴다.
드디어 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4시, 60여 명의 아이들은 각 지역별로 인솔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돈보스코기술고등학교의 강당으로 모여들였다. 그중 많은 아이들이 세례를 받았지만, 절반도 넘는 아이들은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언뜻보기에도 아이들에게서는 차분한 질서가 있고 함께 기쁨을 즐기고자하는 열의가 넘친다. 한마디로 살레시오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신앙학교나 캠프를 위해 준비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지닌 매력을 세상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그리고 다년간 그분야의 화려한 경력을 지닌 강훈 신부의 개인적인 재능이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든, 정말 아이들은 미친듯이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즐기는 가운데 교회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러면서 함께 참여하고 팀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통해 작은 교회를 체험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세 시간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은 정말 아이들의 혼을 싹 빼앗었으며, 단 한 명의 아이도 지루함이나 피곤함을 드러내지 않고 짧게만 느껴지는 아쉬움까지 남겼다.
“저희가 몽골 아이들을 대상으로 여러차례 이런 함께하는 모임을 가졌으나, 이번 처럼 이렇게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미친듯이 즐기는 것은 처음 봅니다. 다 젊은 형제들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하며,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형제들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하는 몽골 선교 첫 세대 중 한명인 앤드류 신부의 말에서 새로운 살레시오회원 세대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왜 이곳에 와 있느냐하면, 바로 하느님의 부르심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왜 우리 선교사들을 이곳으로 부르셨을까요? 말도 안 통하고 음식이나 기후 등 여러가지로 사는 데 불편함이 있는 이곳으로 왜 부르셨을까요? 바로 여러분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기에 여러분들에게 그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라고 우리를 이곳으로 부르신 것입니다.”라는 최원철 신부의 저녁말씀 속에 살레시오 선교 정신 뿐 아니라 교육사명의 본질이 담겨 있음을 확인한다.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무더위를 비롯한 온갖 불편함을 맞서면서 여기저기에서 진행한 여름 신앙학교나 다양한 사목들이 바로 이런 부르심과 목적을 따랐음을 기쁜 마음으로 확인한다. 한여름 동안 몽골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땀을 흘려 아이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한 형제들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