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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 일대 돈 보스코의 장소들을 찾아서
희망의 순례단은 희년 세계 청년대회를 마치고 살레시안으로서의 순례길을 이어갔다. 그 목적지는 바로 토리노의 발도코와 콜레돈보스코, 돈 보스코의 희망이 싹 트고 퍼져나간 본산이다.
8.6(수)에는 인천교구 순례단 60여 명과 함께 발도코에서 반나절 피정을 시작했다. 우선 까사 돈보스코(돈보스코 박물관) 관장인 마이클 페이스 신부님의 역동적인 가이드로 돈 보스코의 사랑과 희망이 살아 숨쉬는 이 곳에 담긴 역사와 전통을 알아갈 수 있었다. 갈 곳 없는 아이들과 피나르디헛간에서 시작된 희망의 씨앗이 어떻게 자라나고 퍼졌는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돈 보스코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시간과 장소에서 그 분의 마지막 발자취를 통해 우리 안에 우리가 각자 삶의 현장에서 퍼트릴 희망의 씨앗과 양분을 얻어갈 수 있었다. 천국에서 기다리고 있는 돈 보스코께서 우리 모두 성인이 될 수 있다며 용기를 주신 그 가르침을 안고 말이다.
역사 교육에 이어 고해성사를 통한 하느님과 일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선 교육을 통해 돈 보스코께서 강조하신 고해성사의 본질을 알게 되서인지 탁트인 광장에서 고해사제를 바로 옆에서 직접 대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열고 하느님께 가까워지기 위한 화해의 시간을 기꺼이 만들었다. 왜 돈보스코께서 매주 고해성사를 같은 사제에게 거르지 않고, 가족들과 주일미사를 같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고해성사를 위해 따로 혼자 먼저 갔는지 느끼며 하느님과 조금 더 진솔하고 가까운 화해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했다. 한 청년은 이 과정에서 뜨거운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고해성사를 바치고 인천교구 순례단들과 함께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경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희년의 순례 의미를 다시 한 번 깊게 새길 수 있었던 미사에서, 특히 강론 중에 ‘희년은 우리의 버전을 초기화 하는 것이 아닌 업데이트’하는 것이라는 말씀과 우리는 서로 소속이 다르지만 ‘하나의 순례단’이라는 말씀들을 통해 우리는 관광이나 여행도 아닌 순례 중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파견 전에는 인천교구에서 우리 살레시오 희망의 순례단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구하기 힘든 희년 마스코트 ’루체‘ 키링을 선물로 전해주는 깜짝 이벤트도 있어 하나의 순례단임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점심 이후 토리노 시에서 조성한 돈보스코광장을 지나 도움이신마리아대성전과 피나르디 경당에서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돈 보스코의 유해 앞에서 함께 기도를 드리고 양 옆에 있는 어린 성인들의 성상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돈 보스코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그 삶을 살아가고자 다짐해보았다. 그리고 저녁 이후에 나눔의 시간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지냈던 비박 철야 기도와 미사, 아시시, 토리노에서 각자가 느낀 바를 나누며 순례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하였다.
8.7(목)에는 요한 보스코가 신학교를 다녔던 키에리와 어린 요한 보스코가 고해성사와 미사를 보러 나오던 부틸리에라를 지나 콜레돈보스코에 도착했다. 콜레돈보스코는 돈 보스코의 언덕이란 뜻으로 살레시안에게는 이스라엘 성지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돈 보스코가 나고 자란 땅이다. 글로만 보던 돈 보스코의 출생부터 성장을 품었던 그 땅과 집에서 직접 그의 전기를 눈과 귀로 접하니 그 감동이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그가 9살의 꿈을 꾼 방을 살펴보고 바로 뜰앞에 조성된 '꿈의 마당'에서 웃으며 자유롭게 뛰노니는 청소년을 보니 지금까지도 그 꿈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성 베드로 성당의 쌍둥이 성당격인 돈보스코대성전에서는 제대 가운데 십자가 대신 가로 6m, 세로 10m가 넘는 거대한 부활하신 예수상이 두 팔 벌려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성모신심이 각별했던 돈 보스코의 모범을 따라 각자의 언어로 성모송을 드리며 자신의 바람을 성모님께 드려 전구를 청하는 시간으로 다시 한 번 우리의 신앙은 깊어갔다.
돈 보스코께서 혼자 미사를 드리던 성모마리아경당에 잠깐 머문 뒤 도움이신마리아 경당에서 희망의 순례단은 미사를 바쳤다. 제대실에서 매맞을 뻔한 소년 바르톨로메오에게 무엇을 할 줄 아는지 끊임없이 물어보며 휘파람이라도 불 줄 안다고 안아주신 돈 보스코의 일화를 들려준 강론처럼 우리도 주변에서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시간이었다. 이후 우리는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관광객이 아닌 살레시오의 순례객인 덕분에 선교 150주년을 맞은 이 콜레돈보스코에서 살레시오회의 두 순교 성인의 유혈이 묻은 천에 우리의 묵주와 십자가 등의 성물을 직접 맞닿게 하며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었다. 그 천이 담긴 함에는 한자로 ’착한 목자는 자신의 양들에게 삶을 준다‘고 적혀 있었다. 한 청년은 그 거룩한 희생과 숭고함에 순간 울컥하며 겨우 울음을 참아내곤 했다.
이렇게 이틀 동안 정직한 시민과 선량한 그리스도인의 본산인 토리노의 발도코와 콜레돈보스코 등을 돌아보는 순례를 통해 희망의 순례단의 여정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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