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살레시오 청년 사순절 철야피정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희생과 자선으로 그분의 십자가길을 동참하는 사순절, 오늘이 제4주일이니 이미 그 절반을 넘기고 있다. 이 은혜로운 시기를 맞으며 많은 이들이 각별한 다짐이나 결심을 세우고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희생이나 기도를 바치며 주님의 사랑에 조금이라도 응답하고자 노력한다.
사순절을 보다 뜻깊게 보내기를 열망하는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온 53명(남 22, 여 33)의 청년들이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밤을 새우며 "너희는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라는 주제로 사순절 철야피정을 했다. 이 피정은 살레시오청년운동(SYM)을 주축으로 한 일단의 젊은이들의 요청에 의해 살레시오회 청소년사목위원회에서 긴 시간 준비하였고, 살레시오수녀들과 협력하여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제공한 것이다.
토요일 저녁 9시에 관구관 7층 대성전에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된 피정은 이정은 신부의 "우리에게 고통이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주제 강의로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이어 보다 깊이 침잠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윤지선 수녀의 안내에 따라 모든 참가자들의 핸드폰을 수거하였는데, 이미 대충 감을 잡은 이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모습을 모이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밤만큼은 SNS 접속을 '단절'하고 말씀에 집중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모두 기꺼이 협력했다. 그리하여 바로 렉시오 디비나로 넘어갔다. 참가자들은 말씀과 이에 따르는 짧은 해설을 듣고 깊은 침묵속에서 개별적으로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온갖 소음에 익숙한 젊은이들이지만, 고요함 속에 머물며 말씀을 묵상하고 자기 내면의 깊은 곳을 살펴보는 것도 딱히 어색보이지는 않을 만큼 젊은이들에게도 권해볼만 프로그램이라는 판단을 갖게 한다. 이어, 맞은편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성하윤 신부가 준비하고 인도한 십자가의 길,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내용으로 구성된 십자가의길 기도를 한 시간에 걸쳐 드리며 자정을 맞았다. 이미 밤은 깊었으나, 피곤하거나 지친 기색을 보이는 청년들은 아무도 없었다.
풍성한 야식이 제공되는 시간이 되자 청년들의 얼굴엔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아파하던 결연함은 싹 사라져버렸고 행복한 생기로 가득하다. 서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 많은지라, 시작할 때 감돌던 뻘쭘함의 분위기는 이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고 단지 젊은이들 특유의 생동감만이 넘쳐흐른다.
떼제형식의 기도 시간이 이어졌다. 젊은이들은 잘 준비된 분위기 속에서 함께 화음을 맞춰 노래하며 기도하고 묵상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피정에 참가한 젊은이들은 직장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학생이거나 취업준비를 하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고통의 한가운데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통과하며 힘에 겨운 현실과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인데, 이렇게 잘 구성된 기도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각기 내면을 깊게 들여다 보고 그곳에 언제나 사랑의 손길로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하는 뜨거운 마음의 풍요로움을 누렸다. 젊은이들은 새벽 4시까지 함께 말씀을 듣고 노래하며 기도하고 성찰하는 가운데 고해성사로 하느님과 깊은 일치의 시간을 보냈다. 긴 기도시간을 마무리하며 참가자들은 각자 피정을 통해 받은 은총의 선물인 마음의 축복을 서로 나누며 각자를 위해 기도해주는 감동의 시간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모두 일일이 각 사람을 맞이하면서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가운데 서로를 축복해주는 아름다운 시간이 길게 이어갔다.
"저는 공익근무 중인데 본당에서 청년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신앙을 성숙시킬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단톡방에 이 철야피정이 공지되어 참가했습니다. 저희 청년회에 있는 다른 자매님 한 분도 같이 참가하려고 했으나, 군복무중인 그분이 마침 당직에 걸려 같이 오지 못했습니다. 지금 몸은 피곤하지만, 정말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언제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참석하고 싶습니다." 인천 만석동에서 참가한 요한보스코라는 젊은이의 말이다. 주일학교 교리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한 젊은이는 다른 지역의 또래 젊은이들을 신앙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전국에서 참가하는 피정이 있어 다행이라면서 자주 이런 기회가 있기를 희망했다.
참석자 중에는 내일 군입대를 해야 하는 젊은이도 있었다. 그는 이든아이올(돈보스코센터 SYM)에 소속되어 이미 수 년을 살레시오 분위기 안에서 생활한 젊은이로, 군입대를 목전에 두고 마음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군생활을 하느님께 더 깊이 의지하기 위해 피정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주일 아침 7시, 백광현 신부가 주례하는 미사로 종료된 이번 사순절 철야피정은 젊은이들에게 있는 영적 갈증이 매우 크다는 것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청년들이 교회로부터 멀어진다는 걱정이 큰데, 사실 교회가 젊은이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으로부터 시작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였다.
긴 시간 피정을 준비하고, 밤을 꼬박 새우며 청년들을 동반한 남녀 살레시오안들의 노고와 젊은이 사랑에 대해 큰 갈채를 보내며, 이런 노력을 통해 확인된 우리나라 현실에 부응하는 청년 사목의 새로운 영역을 잘 발전시키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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