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신길동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원장 및 위원장들의 모임이 있었다. 이날 모임을 위해 특별히 초대된 전임 선교담당 총평원인 알프레드 마라빌랴(62, Alfred Maravilla) 신부는 참석한 원장들에게 제29차 총회의 결과에 대해 짧게 요약하여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해석에 다르면 제29차 총회의 정신에는 세가지 큰 기둥: 신앙심, 충실성 그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선택이 들어 있다. 이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신앙심 (Faith)
제29차 총회 문서의 첫 번째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열정과 젊은이들에 대한 헌신이다.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 제안된 "하느님에 대한 열정"은 너무 일반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열정"으로 제목을 좀더 좁혀 구체화 했다는 일화를 밝히며, 이는 그리스도교의 고유성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회교도들도 하느님을 이야기하는데, 그들은 그것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강사는 "가장 어려운 곳에 가서 반군에게 죽을 각오도 되어 있지만, 예수가 하느님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한 선교사를 만난 적이 있단다. 그런데 이런 혼란스런 상황은 비단 그 선교사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많은 맥락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회에는 선교의 위기가 없고 오직 신앙의 위기만 있다"고 한 것이라든지, 베네딕토 16세가 언급한 "신앙 피로"라는 개념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지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에 지쳐 있는 현대인들의 현상을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레시오회원들도 수도생활에 지쳐 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신앙이 약해질 때 선교 열정이 사라지고, 성체성사가 더 이상 일상의 중심이 되지 못하며, 공동 기도와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 부담이 되고, 이런 신심행위들이 개인 활동 앞에 희생된다는 것이다. 유럽의 현대 수도생활을 탐구한 한 연구에 따르면, 45세 이상의 수도자들이 "실용적 무신론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서원과 기도에는 충실하지만, 내면의 삶은 마치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2. 충실성 (Fidelity)
두 번째 기둥은 이미 말해진 것들에 대한 충실성이다. 제29차 총회는 새로운 내용보다는 기존에 강조된 요소들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강조했다. 생활 계획, 공동체 모임, 매일 묵상, 성체성사, 피정 등이 반복적으로 언급되었으며, 이에 대한 일상에서의 충실성이 강조되었다. 그러니까 새로운 어느 개념이 제시된 것이라기 보다는 옛날부터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던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고 이에 충실할 것을 강하게 호소했다. 이러한 요소들에 충실하지 않으면 개인주의에 빠지게 되고, 공동체와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형제들과 나누려 하지 않게 된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3. 취약계층에 대한 선택 (Option for the Vulnerable)
세 번째 기둥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선택에 대한 강조이다. 새로운 회칙에는 사회사업과 취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업을 언급하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중요한 구절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공동체를 새롭게 하고, 우리를 하느님께 더 가까이 이끌며, 형제적 삶을 강화한다"가 확인하고 있다.
이 세 번째 기둥은 첫 번째 및 두 번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앙이 약하고 수도생활에 충실하지 않으면, 우리의 축성생활 삶이 단지 사회복지사에 머무르게 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의 젊은이들이 기술 교육이 필요하면 살레시안에게 가고, 하느님을 체험하고 싶으면 힌두 사원에 간다"는, 그가 만났다는 한 수녀의 증언은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결론: 선교 정신 함양
그는 이어 선교 정신에 대해 Da mihi animas의 완전한 표현이 바로 돈 보스코의 선교정신이라며, 기도와 일이 결합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사목적 사랑을 나누는 내적 불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1) 체계적 신앙 교육 경로 개발, 2) 첫 선포의 촉진, 3) 변방 지역 공동체 지원, 4) 타종교와 대화 촉진, 5) 통합 생태학 및 생태 교육, 6) 복음화 증거의 장으로서 디지털 세계 활용(특히 여기서 그는 교황 레오 14세가 언급한 AI를 포함한 디지털 세계의 도전과 대응을 강조했다), 7) 살레시오 청소년 영성 재검토 등을 들었다.
끝으로 그는 식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활동은 지속적인 식별의 태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식별은 앞서 언급한 세 기둥의 공통 기반이라고 정의한 그는 "주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식별하기 위해 자신의 상황에서 사회적 맥락에 대한 비판적, 예언적, 지속적 독해의 발전"을 강조한 제29차 총회 문헌의 내용을 제시했다.
그렇기에 10년, 20년, 40년 전에 시작된 사업들을 재검토하고, 현재 상황에서의 적절성을 성찰할 시간을 갖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 침묵, 그리고 함께 성찰할 수 있는 멈춤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과감한 선택이 우리 미래의 희망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식별은 신앙을 이데올로기로 전락시키거나 사목을 사회 서비스로 축소시키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개인적 의제나 개별적 활동을 공동체의 사업인양 위장하는 것을 막아 준다는 말로 강의를 끝냈다.
알프레드 신부는 필리핀 북부관구 출신으로 파프아뉴기니에 선교사로 파견되었다가 로마 그레고리안대학교에서 선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20-2025년 회기 동안 살레시오회 본부 선교담당 총평의원을 지냈다. 제29차 총회에서 선교지로 돌아갈 것을 강력하게 희망한 그는 총평의원의 자리를 내려놓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Vanuatu)의 첫 살레시안 선교사로 파견된어 금년 말 그곳으로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