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부장 최원철 신부님이 축구를 좋아하신다니 정말 행복합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였고, 살레시회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틀림없이 유럽 어느 명문 구단의 선수로 뛰고 있었을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꽤 잘나가는 축구선수였다고 한다. 실제로 러시아와 독일의 몇몇 프로 구단들이 그에게 2부리그 스카우트 제안을 했었을 정도란다. 지난해 10월, 몽골 선교사로 파견되어 그곳에 있다가 필리핀 살레시오 신학교에서 사제가 되기 위한 과정의 신학 공부를 위해 마닐라로 떠나기 앞서 잠시 한국을 들른 마르코(Marko Marija Dropuijic) 신학생 수사의 말이다.
마르코 신학생수사는 크로아티아에서 2000년에 태어났다. 쌍둥이 중 첫째인 그는 여느 젊은이들처럼 신앙을 멀리한 생활을 하며 청소년기를 보낸다. 특히 촉망받는 운동선수로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가운데 조금은 탈선에 가까운 삶을 이어갔다. 그에게 신앙을 물려줬으나, 그렇게 열성적이지는 못했던 부모는 그가 14살 되던 해 이혼을 하였다. 그러니까 소위 결손가정 출신인 그다.
그런 그에게 하느님의 부르심이 찾아온 것은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기였다. 여러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는 가운데 운동선수로서의 장래가 과연 삶에 행복을 안겨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마음속에 떠오르기 시작했고, 설령 성공해서 이름을 날리는 운동선수가 된다고 할지라도 최대 35세까지 일 것이고 그 이후는 더 운동할 수 없을 것인데, 어떤 미래가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런 그에게 정말 하느님이 계신다면, 나에게 어떤 길을 준비하셨을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번뜩 들게 되고, 견진성사를 받은 이후 한 번도 찾지 않던 성당으로 향했다. 그날 한 시간도 넘는 긴 고해성사를 보며 자기 삶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깊이 느꼈다. 하느님을 향한 회심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그러자 그의 생각은 온통 뒤바뀌었다. 여러 프로 구단의 제안들이 다 부질없어 보이고, 하느님을 위해 봉사하는 특히 자신처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는 삶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제가 될 것을 결심하고 구글을 검색해 청소년을 위한 교회의 삶이 있는가 살펴봤고, 즉시 돈 보스코와 살레시안의 삶이 모니터 가득 떠올라, 망설임 없이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의 살레시오회로 연락했다. 그렇게 열아홉 살이 되던 2019년에 살레시안의 길을 시작해, 2020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수련을 받았다.
수련기 동안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또 다른 갈망이 피어오르고 있었으니, 바로 선교사가 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당시 로마 본부 양성부에서 일하고 있던 실비오 롯지아 신부(지난 제29차 총회에서 양성담당 총평의원으로 선출된)가 수련자들의 피정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이 라이베리아에서 선교사로 지낸 오랜 경험을 이야기하며 살레시안 선교사의 삶에 대해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수련자 마르코는 잠 못 드는 며칠 밤의 고민과 성체 앞에서의 긴 기도를 이어가며 선교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굳혔으나, 철학 과정을 마칠 때까지 결정을 유보하기로 다짐하고 이후 3년 동안 UPS에서 철학학사를 이수했다.
그러고 고국 크로아티아로 돌아가 1년 동안 사목실습을 했고, 마침내 선교사를 지망하여 2024년 로마 본부에서 실시한 신입 선교사 과정을 마치면서 몽골로 파견되었다. 그리하여 지난 시월에 몽골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남은 사목실습 기간을 채우고 사제가 되기 위한 신학공부를 하려 필리핀 파라냐퀘 살레시오신학원에 입학하고자 잠시 한국에 들렀다가 내일 마닐라로 떠난다.
"몽골에서 긴 시간은 아니지만, 선교사의 삶을 맛보았습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할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가난한 아이들 가운데서 단순한 삶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체험했어요. 가난한 삶은 단순한 삶으로 이끌고 기쁨 가득한 삶을 향해 길을 터놓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제가 열아홉 살 때 가졌던 고민의 답이 선교지에서 찾아지는 것을 확실하게 체험합니다. 그렇기에 제 마음은 빨리 공부를 마치고 선교지로 돌아갈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치마티 신부님의 서간집을 보며 깊이 감동해 살레시안 삶의 모델로 삼고 있다는 마리오 신학생수사가 마닐라 파라냐퀘 신학원에서의 면학 기간도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하길 기원하며, 늘 하느님의 축복 속에 한국 관구, 특히 몽골 지부를 위한 든든한 동량으로 성장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