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선교사 파견 150주년과 이태석 신부 선종 15주기 기념
살레시오 가족에게 있어 가장 큰 축일 중 하나인 도움이신마리아 대축일(5월 24일)에 신길동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는 매우 뜻깊은 행사가 진행되었다. 첫선교사 파견 150주년과 이태석 신부 선종 15주년을 기념하여 '희망을 노래하는 이태석 신부의 삶과 영성'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이 개최되었다. 이태석 신부가 살아있을 때 그 설립에 직접 관여한 (사)수단어린이장학회(현재: 이태석신부의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 최선호)와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소장: 윤만근 신부)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이번 심포지움에는 살레시오 가족들을 비롯한 이태석을 사랑하는 사람들 대략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관구관 7층 성당에서 오전 9시반부터 5시까지 종일 진행되었다.
수원교구 은퇴교구장인 최덕기 주교의 축사로 심포지움의 막이 올랐다. 최 주교는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던 당시, 현지를 찾아가 그를 격려하고 선교지의 어려운 상황을 파악했으며, 이를 계기로 톤즈 인근 아강그리아라는 곳에 수원교구의 사제들을 선교사로 파견했다. 최 주교는 이 심포지움으로 "이태석 신부가 과연 누구인지(정체성) 그리고 수단 톤즈에서 무엇을 위하여 그토록 애썼는지(삶의 목적)가 분명히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 이렇게 하여 이 신부님의 삶과 영성이 교회 내에서는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에게도 잘 전해지기"를 바라마지 않으며, "이 신부님의 삶과 영성이 왜곡되거나 가려지는 일 없이 널리 퍼져나가"길 축원했다.
이어 이태석 신부와 같은 시기에 수도원에 들어와 로마 유학에 이르기까지 9년을 그와 함께 산, 백광현 관구장 신부가 '살레시오회의 선교 정신과 이태석 신부"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백 신부는 돈 보스코 시대 신생 수도회의 전체 회원 10%를 선교사로 파견하였던 150년 전의 결단 이후 줄곳 이어진 살레시오 수도회의 선교적 본성을 짚으며, 이태석 신부는 그 150년 역사가 피어낸 꽃이라고 정의했다. 돈 보스코의 아들로서 여러 측면에서 돈 보스코를 닮으려 노력한 이태석 신부에게는, '톤즈의 돈 보스코'라 불리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고 합당한 칭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이태석 신부가 주장한 1% 나눔의 삶에 동참하는 운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바로 바오로 사도가 말한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루는 것"(로마 8,28)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 혼자가 아니구나.”(서간집 189)라고 이태석 신부가 고백했듯이 각자 삶의 방식으로 동참하는 수많은 이들의 운동이 우리 사회의 선을 이루는 힘의 바탕이라고 하면서, 살레시오회, 살레시오 가족, 그리고 다양한 부류의 평신도들이 함께하는 청소년 구원 사명의 순례길을 지속적으로 동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윤만근 신부는 "삶을 살리는 가톨릭 교육자, 이태석 신부"로 제1주제를 발표했다. 그는 가톨릭 교육이 지닌 특질을 간단히 설명하고, 선교지 톤즈에서 그가 보여준 교육자로서의 신부 이태석을 객관적이고 학문적으로 규명하는 노력을 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이태석 신부는 선교지 젊은이들의 삶을 성장시키려는 노력에 매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희망을, 즉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교육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하는 삶을 가르쳤고 실천했다. 즉 그의 삶은 시혜를 베풀기 위해 외부에서 온 사람으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육화처럼 현지인이 되어 같이, 함께하는 삶의 실천이었고, 이는 그 어느 것보다 호소력 있는 교육적 가치와 영향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 진단했다.
한국외방선교회 소속 김학현 신부는 "이태석 신부가 걸어간 선교의 길"로 제2주제를 발표했다. 그는 선교란 사회와 문화가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교회활동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신선한 주장을 통해 이태석 신부의 선교사 삶을 새롭게 조명했다. 한 사회와 문화가 무르익었을 때 그런 성숙한 힘을 바탕으로 선교 성소의 구체적인 실체가 꽃피어난다는 그의 주장은 상당히 근거를 지닌 통찰로 여겨진다.
서강대 부설 연구소의 김선필 박사는 "사람들이 이태석 신부를 기억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마지막 주제발표를 했다. 선종 15년이 지났으나, 사람들 사이에 아직도 사그러들지 않는 이태석 현상에 대한 가톨릭 사회학적 분석이라고 자신의 연구를 소개했다. 김 박사는 이태석 신부의 일생은 현대인들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영웅의 서사를 지닌 면이 있어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 욕망을 투영하는 요소들을 먹잇감으로 생각한 미디어와 일부 단체들이 만들어낸 영웅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가 살펴본 이태석 신부 삶의 본질은 "희망에 차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주 두려움과 불안에 짓눌려 사는 현대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진정한 선교사"이라고 정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러 차례 강조한 '옆집 성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태석 신부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행복이 실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자신의 짧은 삶으로 알려 줬다. 우리가 사는 옆집에 성인들이 살고 있기에 누군가의 옆집에 사는 우리 자신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준 사람이 바로 이태석 신부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세 주제발표에 이어 청중과 대화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객석의 여러 사람들이 질문하거나 의견을 발표했는데, 이구동성으로 이태석 신부에 대한 시복시성의 절차가 하루 속히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심포지움을 주관한 윤만근 신부는 이 주제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만일 그런 움직임이 구체화되었을 때, 그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겠으나, 오늘 심포지움에서의 발표와 나눔은 이를 위해 매우 좋은 객관적인 자료가 될 것"이라며 오늘 심포지움이 지닌 가치를 확인했다.
심포지움을 마치고, 참석자들은 곧이어 맞은 편 강당에서 진행된 '이태석 신부 서간집: 톤즈에서 희망을 노래한 사람'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그의 기고문을 모아 엮은 유일한 저서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가 영웅적인 매력을 풍기는 이태석 신부의 개인적인 삶과 활동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였다면, 이 서간집에서 이태석 신부는 함께 더불어 사는 이웃이요 형제로서 자기 신원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가운데, '옆집 성인'의 면모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총 81개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 이 서간집은 수단어린장학회가 선종 15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하고 김선필 박사가 엮었으며, 돈보스코미디어에서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