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미사경본(Missale Romanum)에 따라 라틴어 미사를 드린 한 원로사제가 이렇게 말 했다고, 지난 살레시오회원 2024년 3차 연례피정 강사인 박병규(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신부가 좌중을 웃게 했다.
지금 교회 안에서 생뚱맞은 라틴어 미사 논란이 일고 있는 듯하여, 이와 관련된 내용을 조금 살펴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21년 7월에 '전통의 수호자들(Traditionis Custodes)'이라는 자의교서를 통해, 주교들은 로마 주교와 친교를 이루며 자기 개별교회 안에서 일치의 가시적인 근원과 토대가 되는 전통의 수호자들이라고 밝히고, 각 개별 교회 안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바람에 따라 개혁이 이뤄진 전례양식을 지키도록 권고하였다. 그러면서 공의회 이전 옛양식의 사용을 고수하는 일부 지역 신자들에게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요한바오로2세의 자의교서 ‘하느님의 교회(Ecclesia Dei)’와 어느 사제든 주교의 승인 없이 라틴 미사를 거행할 수 있다는 베너딕토16세의 자의교서 ‘교황들(Summorum Pontificum)’을 검토하여 이에 대한 실천적인 지침을 밝힌 것이 이 자의교서 '전통의 수호자들'의 내용이다.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요한23세 교황이 1962년에 펴낸 ‘로마미사경본’의 사용을 승인하는 것은 주교의 독점적 권한으로, 혹시 교구 내에 이 전례를 거행하는 기존의 단체가 있다면, 그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잘 할 것과 새로운 단체의 설립을 승인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강조하고, 또 이 자의교서 발표 후 서품된 이들이 로마미사경본을 사용한 전례를 거행하기 위해서는 주교에게 승인서를 제출하고 주교도 승인 전 이를 사도좌와 논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엊그제 성베드로의사제형제회(FSSP: Fraternita’ Sacerdotale San Pietro)라는 사도생활단체의 장상, 안드레즈 코모로브스키 신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는 소식이다. 이 단체는 1988년 7월에 설립된 교황청립 사도생활단의 하나로, 전통 라틴어 미사를 고수하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이 단체의 창립자들은 12명의 사제와 20명의 신학생들로 그들은 마르셀 르페브르(Marcel Lefebvre) 대주교가 설립한 성비오10세(SSPX)회의 일원들이었다. 르페브레 대주교는 바틴칸공의회의 결정을 비난하며 라틴미사를 고집했고, 1988년 임의로 자기 회에 소속된 4명의 사제를 주교로 임명한 것으로 인해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되었다. 르페브르는 성비오10세형제회의 재일치(Ecclesia Dei)위원회를 만들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그 테두리 안으로 묶었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의교서를 통해 이들 단체들도 수도회성 휘하에 놓인다고 천명했다. 그 단체들 가운데 FSSP는 가장 큰 규모로 현재 사제 368명, 부제 22명, 신학생 179명에 평균 연령이 39세로 매우 젊은 단체라 하겠다. 전 세계 146개 교구에 산재있고, 246개의 고정된 장소에서 라틴어 미사를 정규적으로 드리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로마 순례자의거룩한성삼위성당(Santissima Trinita’ dei Pellegrini)이다.
아무튼 이 FSSP는 교황에게 충성하고 교회일치 안에 머물기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단체로서, 자의교서 ‘전통의 수호자들’의 조항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알현에서 확인했다.
누군가 라틴어 미사를 그리워 하며 이를 거행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지역교회 주교에게서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며, 2021년 7월 이후 서품자라면, 이마저도 교황청의 승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