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쉽게 이길 것이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은 알파고의 놀라운 등장이 8년 전의 일이다. 사람들은 기계라고 통칭되는 AI의 능력이 인간의 그것을 넘어설 수 있다는 현실 앞에 경악을 했었는데, 이후로 2022년 11월 ChatGPT-3의 발표와 그것을 발전시킨 ChatGPT-4 버전에서는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시험 테스트에서 상위 10% 수준의 답변을 내놓는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다.
알파고가 정상급 바둑기사를 이기면서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알게 해줬다면, ChatGPT는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실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됐음을 느끼게 한다. 벌써부터 이를 업무에 활용하며 생산성을 늘리는 회사나 개인들이 적지 않은가 하면, 향후 이것 때문에 직업을 잃게 될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도 높다. 하여, 급속한 기술 발전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특히 교회와 사목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교리나 신앙생활 및 교육 측면은 어쩔 것이며, 영성이나 수덕생활은 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가?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이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도 결코 인간이 지닌 마음의 지혜를 대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인공지능과 마음의 지혜’라는 제목의 글을 금년도 사회커뮤니케이션의날(5월 12일, 예수승천 대축일) 메시지로 발표하셨다. 교황님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온전히 인간다움을 유지하면서 이 문화적 변화를 선한 목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성찰은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메시지는 강조하고 있다.
AI를 앞에 둔 사목자의 고민에 대해서는 개신교가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파고들어가는 듯하다. 작년 10월 대전 하늘문교회에서 거행된 2023 KCMC 목회 컨퍼런스에서 AI 전문 교수가 강의한 내용이 최근 유튜브에 공개 됐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메시지는 "우리가 알고리즘의 먹잇감이 될 것인지, 아니면 지혜를 키워주는 자유로 우리의 마음을 닦을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결론을 맺는데, 전문 강사인 김덕진 소장의 이야기도 같은 관점이 아니겠는가 생각하며, AI 현실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를 점검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