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총회가 어느덧 한 달을 채워가고 있다. 지난 28차 총회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서둘러 종료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때 미처 다루지 못했던 그 숙제까지도 떠안아야 했고, 더욱이 앙헬 총장이 임기 중 추기경으로 임명되어 퇴임하는 바람에 그 후임을 선출하기 위해 1년 당겨서 열리는 제29차 총회이기에 더 많은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들이 총회 참가자들에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이번 총회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 상황에 더 적절하게 호응함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열정과 청소년에 대한 헌신'을 돈 보스코의 카리스마에 따라 똑 부러지게 구현할 수 있도록 수도회 구조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를 하기로 했다.
지금 한창 많은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이미 그 결과물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먼저 제29차 총회는 하나의 지역(Region)으로 되어 있는 아프리카-마다가스카르를 두 개의 지역으로 나누기로 했다. 80년대 초, 비가노 총장의 주창에 의해 시작된 아프리카 프로젝트가 이제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나누는 경계선을 어떻게 그을 것인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일단 두 지역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뤘다. 추정한 건데 구체적인 경계선은 아프리카 지역 출신 대의원들의 깊은 논의 이후 그들의 제안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까 한다.
다음으로 지역 사이의 관구 이동이 있다. 지난해 우리 관구 소속으로 이관된 몽골 선교지에 2024년 신학생 한 명(Cl. Marko Dropuljic)을 선교사로 파견하여 우리에게 갑자기 친숙해진 크로아티아 관구가 북유럽 지역에 속해 있었는데, 관구의 절실한 요청으로 지중해 지역으로 옮기는 것으로 했다. 크로아티아는 지리적으로 지중해에 접해 있으나, 슬라브 계통의 인구 구성 등으로 인해 현재까지 북유럽 지역에 속해 있다. 하지만 회원 양성 등 지리적 근접성이 지닌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지중해 지역으로 이동하도록 총회는 결정했다.
이것들을 필두로 수도회 구조를 혁신하는 여러 결정이 흥부박의 보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한편, 이번 총회가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는 언어인류학적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살레시오회가 이탈리아에서 출발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지금 총회가 열리는 장소인 발독코가 그 요람이자 모원이다. 그렇기에 수도회 창립 후 총회가 처음 열린 1877년 제1회 총회부터 지난 2020년 제28차 총회에 이르기까지 약 150년 역사 동안 살레시오 총회의 언어는 항상 이탈리아어였다. 물론 지금 진행되는 제29차 총회도 대부분이 이탈리아어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큰 변화가 있다. 전체 회원들이 모이는 본회의는 이탈리아어로 진행되고 있겠으나, 6개의 위원회는 항상 주요 서방 언어(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별로 구성되고 운영되었었는데, 이번 총회에서 처음으로 이탈리아어만을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했다. 영어 위원회 2개, 그리고 영어-이탈리아어, 프랑스어-이탈리아어, 스페인어-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 위원회 각 1개씩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살레시오회 내에서 최고 중요한 '행사'인 총회에서까지 이탈리아어의 언어인류학적 위상이 소수로 전락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총회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