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나라에 점점 더 많이 증가하는 이주 노동자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이러한 특수 사목들의 지속성과 확장을 위해 관구는 장기 계획을 세우십시오." 이는 지난해 6월 한국 관구 특별방문의 보고서에 대한 총장님의 권고사항 중 하나다. 우리 나라에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현실을 파악하면서, 우리 관구가 향후 6년 동안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분야 중 하나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수도회의 최고 장상이 우리 관구 상황에 대해 말하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목적 대응을 권유한 것은 관구 역사 70년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사회적 환경이 변한 것이다. 이에 대한 실제적인 응답이 오늘 있었다.
22일 오전 10시 경기도 화성시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목적의 공동체가 시작됐다. 향남읍 제일오투그란데 아파트 1101동 1002호,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살레시오회 성가정 공동체가 임시로 보금자리를 튼 곳이다. 이곳에서 향후 2~3년 동안 세 명의 살레시오회원들이 기거를 하면서 가칭 '돈보스코이주노동자센터'를 준비할 것이다. 국제공동체의 성격을 지니는 이곳은 원장 김평안(마르코) 신부, 경리 김용식(베네딕토) 신부 그리고 동티모르 출신의 올리비오 다 코스타 신부가 첫 구성원이 된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이 유명한 싯구는 오늘 시작하는 이 공동체의 좋은 귀감이 되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동체가 맡을 사목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2년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공부방을 계속 운영하면서, 지역 교회와 사회 그리고 이주노동자 현실이 요구하는 바에 합당한 응답을 만들어 주실 것이라 기대합니다." 공동체 설립 미사의 주례를 맡은 백광현 관구장 신부는 강론을 통해 새로 시작하는 공동체가 그 사목 방향을 바르게 잡고 서두르지 않는 가운데 지역 교회와 협력하면서 현실적 요구에 잘 응대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공동체의 우선적인 사명으로 2-3년 동안 잘 살펴보고 연구하여 지역사회와 교회의 필요에 부응하는 이주사목센터의 설립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주민들이 많은 우리 도시 화성에 살레시오 공동체가 설립되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환영합니다. 돈 보스코께서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헌신하였듯이 살레시오회도 이곳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우리 도시의 이주민들은 하나같이 자식들을 위해 하루 종일 일을 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자식들은 오히려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우리 교회가 대응을 미처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살레시오회원들이 특별한 역량을 발휘해 이 부분을 담당해주시길 기대합니다."라는 말로 화성지구장인 발안 성당 주임 조영준(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는 환영 인사와 곁들인 기대를 표현했다.
공동체 설립과 동시에 첫 원장의 부임을 알리는 신앙고백도 함께 있었다. 김평안 신부는 "세 명의 작은 공동체로 시작하지만, 빨리 정착하고 사목적 역량을 결집하여 교회와 사회에 잘 호응하고 형제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로마 본부의 권고와 관구 회원들의 강렬한 의지에 기대어 새로이 시작하는 이주사목 공동체를 축하하며, 화성에서 그 뿌리를 잘 내려 이 시대의 가장 가난한 이들 중 하나인 이주노동자들과 그 자녀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잘 전파하고 증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서울 신길동 관구관 공동체도 새 원장 김 상윤 베드로 신부가 부임하는 신앙고백이 살레시오회원들과 동역자들이 함께 드리는 미사 중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