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곡동 살레시오고등학교 체육관은 엄동의 날씨를 녹이는 젊은 함성으로 가득하다. ‘농구는 우리의 만남과 나눔’이라는 전통적인 주제로, 제57회 돈보스코농구대회가 사비오부(중학생) 16개 팀과 돈보스코부(고등학생) 16개 팀 등 총 32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열띤 경연을 펼쳤다. 코로나와 함께 한동안 주춤한 몇 년의 간격을 넘어, 이제는 57회라는 역사에 걸맞게 거의 전국에서 아이들이 참가하는 대회의 면모를 회복했다.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뛰어 노는 것이 좋아 농구를 합니다. 사실 공부에 지장을 준다고 부모님께서는 걱정을 하기도 했으나, 제가 정말 농구를 즐기는 것을 아시고는 이해해주시는 편입니다. 뭐 이제는 대학에 합격도 했으니, 더 부담없이 이 대회를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대회 우승이 목표라는, 여수에서 참가한 박남혁 학생의 말이다. 진수판독기라는 특이한 팀 이름으로 참가한 박군의 경우 전국 이곳저곳 청소년농구대회에 나갈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췄는데, 자신이 속한 팀도 어느 한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팀이 아니라 여러 대회 참가를 통해 알게 된 친구들로 구성된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 그 이름조차도 특이한데,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진주와 여수에 살고 있는 만큼 진주의 진과 여수의 수를 따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렇게 순수 아마추어로 민간단체에서 주체하는 청소년농구대회의 모습이 너무 좋아서 저희 심판진 8명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서울에서 내려와 이 대회를 돕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제공하고 헌신하는 주체 측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많은 다른 팀들이 참가하고 싶었으나, 선착순에 밀려 신청을 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규모를 좀더 키워 각 부별로 24개 팀이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전국대회의 면모로서 손색이 없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심판장을 맡아 3일 동안 봉사하고 있는 문근수 심판의 말이다. 문 심판은 2023년 국민대학교총장배 전국대학 아마추어 농구대회에서 우수심판상을 수상하는 등 아마추어 농구대회의 최고 심판으로 알려진 이다.
요즘처럼 ‘공정’ 감각에 예민한 상황에서 전문 심판이 보여주는 권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농구대회의 볼거리다. “심판은 경기에 참여하며 판정을 내리는 동시에 항상 상황에 부합하는 설명을 해주므로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며, 저절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권위를 지닌 심판분들의 존재가 우리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입니다.” 대회 운영장을 맡아 농구대회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 허득진 신부의 말이다.
농구대회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신앙동 공동체는 구성원 전체가 이러저런 역할로 농구대회에 헌신하고 있으며, 자원봉사 진행요원들, 대학 간호학과 및 동아리로 구성된 의료지원단, 협력자 등 총 50여 명이 돕고 있다. “대화를 위해 소요되는 각종 물품이나 재료들을 후원해주시는가 하면, 재정적 후원으로 아이들의 잔치마당을 돕는 이들이 많이 계셔 이 대회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아이들이 기뻐하며 뛰놀 수 있도록 힘을 합치고 있지요.” 대회장을 맡아 준비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모든 것을 보살피는 김선오 신부의 말처럼, 돈보스코농구대회는 많은 숨은 사람들의 노력이 뒷바침이 되어 아이들의 함성으로 울려퍼지는 것이다.
12일 늦은 오후에 끝난 3일 간의 대회에서 사비오부 '팀케이광산골드' 팀이, 돈보스코부에서는 '팀더원' 팀이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용기를 내십시오. 희망은 인내가 사라지려 할 때 우리를 붙잡아줍니다.”라고 농구대회 슬로건이 말하고 있듯이 돈보스코농구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이 친구들과 즐거이 뛰노는 가운데 돈 보스코가 전해주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작금 혼란 속에 묻혀버린 우리 사회의 ‘공정’을 회복하는 일에 일조하도록 페어플레이 정신을 몸에 익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