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새벽, 본국 휴가를 마치고 선교지, 솔로몬 제도로 떠난 황복만 수사에게 답을 듣는 세 질문을 나눈다.
선교사 삶에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것을 꼽으라면?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의 인생여정을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 선교사로서 가장 기쁜 삶의 측면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가난한 젊은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는 가능성은 많기에 꼭 선교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는데, 실질적으로 제 경우, 젊은 시절에는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 나이를 먹고 활동성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선교지의 아이들은 내가 외국 사람이기에 쉽게 접근하고 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고 이것저것 호기심을 표현합니다.
그렇죠. 이는 일단 피상적인 만남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하여 점점 그 아이들의 삶으로 다가가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확인하며 이것이 제 선교지 삶의 가장 매력적인 것이라고 꼽겠습니다.
선교지에서 역할은?
솔로몬 호니아라의 돈보스코기술학교에서 다른 두 명의 살레시오회원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주로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150명 정도를 보살피며 그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정규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오전에는 우리 학교로 와서 이러 저런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매립장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일을 하며 조금씩 돈을 벌고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이곳의 경제적 상황이 매우 열악한 가운데 공동체의 형제들이나 주민들은 한국에서 온 저에게 많은 기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지인들이 선교사에게 기대하는 가장 첫번째의 것은, 복음선포라기 보다는 경제적 도움을 바라고 있음을 느낍니다. 물론 이것이 선교 사명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임을 잘 알고 있으나, 현지인들은 그런 기대를 가장 먼저 품고 있고, 또 현실적으로도 절대적인 궁핍의 상황에 있음을 눈으로 보게되니 그런 실질적 현실의 요구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프아-솔로몬 준관구에 여러 다양한 나라에서 선교사들이 와 활동하고 있으나, 우리처럼 관대한 평신도의 든든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라는 거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공동체에 다른 두 신부님들은 필리핀 출신인데, 그런 면에서 그들은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여 현지인들과 하느님이 이어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선교사라면, 또한 출신 나라의 문화와 삶을 파견지의 사람들에게 이어주고 나눠주는 다리 역할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도움을 기대하면서도, 또한 K-pop이나 태권도 등 우리 문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열의도 높습니다.
선교사로서 바라보는 한국 살레시오의 모습은?
제가 한국을 떠나 파프아와 솔로몬에서 활동한 지 이제 겨우 2년 반을 지내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생소한 환경에서 생활하니, 한국에 대한 생각이 오히려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휴가로 돌아와 두 달 가까이 지내면서 느낀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한국의 삶이 모든 면에서 '달달'합니다. 마치 믹스커피를 타 먹는 것같은 느낌이랄까요. 입에 착 달라붙는 음식이 달달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정감있는 말이 달달하고, 눈빛 하나만으로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심리적 동질감이 달달하고, 특히 많은 평신도들의 위로와 염려 및 존경의 마음이 달달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달달하게 느껴지는 살가운 모든 것들이 제 발길을 잡아 붙들어 세우려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불현듯 발견하고 머리를 흔들어 다짐을 새로이 하곤 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의 삶은 선교지의 그것에 비해 지극히 익숙하고 편리하고 효율적입니다. 또 수도자로서 존경까지 받습니다. 그래서 이번 휴가 기간 동안, 편리함과 호사를 누리는 생활을 가급적 피하고 절제하려 노력했습니다.
한국은 EAO 지역에서 모든 측면으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알고 싶어하고, 배우고 싶어하고, 체험하고 싶어합니다. 우리에게는 나눠 줄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여겨지며, 이런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직시하는 안목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렇기에 보다 많은 선교사들이 파견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번에 방문하는 양성공동체의 젊은 회원들 사이에 선교의 멸망을 드러내는 형제들이 꽤 여럿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 마음을 격려해주며, 장차 선교사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 K-pop이든 태권도든 꼭 준비하라고 권했습니다. 현지에서 먹히는 것들이고 이런 개인기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훨씬더 가까이 접근하고 삶을 나누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 살레시오 가족 구성원 모든 분들께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고 황복만 수사가 인사드리며, 다시 솔로몬 제도로 떠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