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살레시오고등학교 체육관에서는 300여 명의 살레시오 가족과 많은 살레시오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살레시오 카리스마 한국진출 70주년'이라는 명칭으로 살레시오회 한국진출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1-2부로 나눠 진행된 행사는 1부에서 음악회 형식으로 살레시오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합창과 브라스밴드의 연주, 그리고 올해로 선종 40주년을 맞는, 첫 선교사 아르키메데 마르텔리(마 신부님)의 전기 소개, 살레시오회 신안동공동체의 노래와 생활성가팀 '열일곱'의 공연 등이 있었고, 2부는 광주대교구 은퇴 대주교이자 살레시오고등학교 5회 졸업생인 김희중(희지노) 대주교가 집전하는 미사로 이어졌다.
1부 행사에서 가장 시선을 끈 것은 아무래도 학생들의 공연이 되겠는데, 먼저 방가 후 시간을 쪼개어 어렵게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온 고등학생들의 합창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가을 단풍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다체로운 색깔로 물들였다. 이어진 중학생들 브라스밴드의 합주 '임마누엘'과 '아프리칸 심포니'가 행사의 격조를 한껏 고양시켰다. 특히 이날 합주의 지휘를 맞은 김현철(마르첼로) 교사는 20여 년 전 자신도 살레시오 학교 학생으로 합주단의 일원이었는데, 지금은 교사로 돌아와 브라스밴드를 지휘하고 있다며 지금 이 학생들 가운데도 20-30년 후 또 누군가가 자신의 길을 이어줄 것이라는 말로, 여하한 살레시오 세팅에서 음악이 빠질 수 없다는 돈 보스코의 말씀을 기억하게 했다.
교회 내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찬양팀, '열일곱'은 여러 노래로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특히 원선오 신부가 작곡한 '나는 세상의 빛입니다' 등 주옥같은 성가들을 메들리를 선보여 분위기를 잔뜩 끌어올렸다.
이어 2부로, 김희중 대주교가 주례하는 미사가 거행되었다. 김 대주교는 강론에서 마 신부님을 기억하면서, 자신이 부제 때 살레시오 학교에서 1년 동안 윤리를 가르치던 시절을 회상하며, 마 신부님에 대해 느꼈던 단순함과 호쾌함 그리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증언했다. 대주교는 살레시오 교육을 '사랑의 감음'이라고 정의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론적인 설득이나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고, 아이들은 진심으로 자기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 마음을 움직이며 그 사랑에 응답하여 삶을 바꾸게 된다고, 자신의 학창시절에 봐왔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강론을 이어갔다. 특히 대주교는 70년이 지닌 상징적인 의미를 해석하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오는 100주년을 내실 있게 잘 준비하도록 살레시오회에 각별한 부탁을 했다. 또한 살레시오 학교의 동문으로서 국제적으로 큰 연계망을 지닌 학교 출신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이런 측면에서도 발전을 모색하자고 동문들에게 권유하며 강론을 마쳤다.
백광현(마르첼로) 관구장 신부는 영성체 후 인사에서 살레시오회가 한국에 진출하는 초기(1954년)에 도움과 배려를 아끼지 않은 광주대교구와 메리놀 선교회에 각별한 인사를 표했으며, 살레시오고등학교 출신 사제들(총 62명)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감사를 표했다. 물론 함께하는 모든 살레시오 가족 단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선종 4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여 출판한 마 신부님의 전기 '섭리를 따라서'를 집필한 원작자 임충신(Bois Marino) 수사의 노고를 크게 치하했다. 임 수사는 마 신부님과 같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기억을 되살리는 각고의 노력을 했으며, 이해동 신부의 도움을 받아 살레시오회 한국 첫 선교사의 전기를 완성해 이날 선보인 것이다.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마련된 행사이기에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한국에서 살레시오회가 살아온 70년을 되돌아보며, 돈 보스코의 카리스마를 심고 전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많은 이야기들이 계속 발굴되고 회자될 것이라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오늘의 70주년은 행사는 하느님의 각별한 축복과 사랑 속에 이땅의 젊은이들을 위한, 마 신부님을 필두로 한 숱한 살레시안들의 헌신과 희생이 계속 이어지고 발전되길 다짐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