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24일, 몽골 살레시오회 진출 25주년 기념행사 성료
"감사함으로 되돌아보는 과거, 낙관주의와 함께하는 현재, 용기로 나아가는 미래"
글, 사진: 정민수 신학생수사
척박한 대초원과 도시의 빈민가에서 가난한 청소년들의 곁을 지켜온 몽골 살레시오회가 진출 25주년(2001~2026)을 맞았다. 지난 10월 23일과 24일 양일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뜻깊은 축제가 열렸다. 종교적 표현이 조심스러운 몽골 사회의 특성을 배려하여, 23일은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문화 축제로, 24일은 미사를 포함한 영적 행사로 세심하게 나누어 진행되었다.
이번 2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윌리엄 매튜 총평의원(EAO 지역 담당) 신부, 몽골 지부가 속한 한국관구의 백광현 관구장 신부, 초기 몽골 선교의 기틀을 다졌던 베트남 관구의 조셉 킴 칸 부관구장 신부, 그리고 1세대 선교사인 요셉 토트 신부(현 러시아 야쿠츠크 사목) 등 관계 인사들이 귀한 발걸음을 했다.
23일: 예방교육의 결실, 그리고 국경을 넘은 우정
첫날 돈보스코이르뎀기술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교직원, 학생, 후원자 등 45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몽골 전통 예술 공연과 장기 근속자 표창이 이어진 가운데, 가장 큰 울림을 준 것은 졸업생 잉흐자르갈(마르코) 씨의 증언이었다. 기술학교 졸업 후 교사가 된 그는 살레시오 예방교육 덕분에 성실한 가장이자 '정직한 시민, 착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나누며 감사를 전했다.
또한 몽골 전통 의상을 입은 외국인 선교사들이 무대에 오르자, 평소 감정 표현에 서툰 몽골 주민들이 뜨거운 박수와 눈물로 화답하며 이방인과 현지인이라는 경계를 허무는 아름다운 화합의 장면을 연출했다.
24일: 기적을 이끈 성모님의 메달과 하나 된 하모니
둘째 날 성 베드로·바오로 주교좌성당에서는 300여 명의 살레시오 가족이 모인 가운데 윌리엄 매튜 신부의 주례로 감사 미사가 봉헌되었다.
미사 전 최원철(티모테오) 몽골 지부장 신부는 2001년 몽골에 가장 먼저 첫발을 디뎠으나 뇌졸중으로 쓰러져 귀국해야 했던 1세대 선교사 카를로 신부의 이야기를 전했다. 최 신부는 지난 9월 필리핀을 방문하여 카를로 신부를 만나고 그에게서 몽골 선교 내내 품고 기도했다는 '도움이신 마리아' 메달을 증정 받아 이를 행사에서 공개하며, 숱한 시련 속에서도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25년을 쌓아온 은총의 신비를 나누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학교 체육관으로 옮겨서 이어진 축하연에서는 공산주의의 잔재로 종교적 표현이 제한된 분위기 속에서도 청소년과 교리교사, 성직자들이 자발적으로 신앙적 요소를 담은 무대를 꾸며 감격을 더했다. 축제의 마지막, 선교사들이 유목민의 애환을 담은 몽골 국민가요 '나그네새'를 답가로 부르자, 이방인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삶이 노래와 겹쳐지며 체육관은 짙은 감동으로 물들었다.
도전 속에 피어나는 '작은 기적'들
25년의 기적을 일구었지만, 몽골 살레시오회가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현재 7개 국적을 지닌, 12명의 선교사가 몽골 전역을 감당하는 상황은 더 많은 사목자의 손길이 절실하다. 재정적 측면에서의 교회 자립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고, 정부의 엄격한 종교 규제로 비자 발급과 시설 인가 등 행정적인 어려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몽골 살레시오 가족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몽골 방문 시 남긴 "작지만 사랑으로 씨앗을 뿌리는 이들의 작음(Smallness)을 통해 하느님은 위대한 기적을 이루신다"는 말씀을 기억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지나온 25년 동안 그러했듯, 오직 '도움이신 마리아'의 손길에 의탁하며 다가올 50년, 100년을 향해 묵묵히 앞을 향하는 몽골 살레시오 선교사들과 대초원의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 살레시오 가족의 따뜻한 기도와 지속적인 연대가 절실히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