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시베리아 선교사 문수민 신부,
한국 휴가 마치고 임지인 야쿠츠크로 복귀
한국에서 모처럼의 달콤한 휴가를 마친 문수민 신부가 자신의 땀방울과 호흡이 서린 선교지, 러시아 시베리아 사하공화국의 야쿠츠크로 돌아가기 직전 따뜻한 인사를 전해왔다.
한 겨울이면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상황과 또 현재 전쟁 중이라는 절박한 현실 속에서도, 문 신부는 돈 보스코의 아들답게 청소년들과 형제적 공동체 안에서 발견한 ‘희망’을 환한 미소로 들려주었다. 지난 5년간의 묵묵한 선교 여정과 야쿠츠크 살레시오 공동체의 생생한 소식을 그의 목소리를 통해 만난다.
낯설어진 고국,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발견한 '진짜 집'
약 5년 만에 밟은 한국 땅. 문 신부는 부쩍 오른 물가와 곳곳에 눈에 띄는 외국인들의 모습, 그리고 묘하게 어색해진 빠른 한국어 발음 등에서 고국을 떠나있던 긴 시간을 실감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물리적인 단절감보다 그를 더욱 단단하게 채운 것은 선교지 야쿠츠크에서 경험한 '공동체'라는 든든한 닻이었다.
"처음에는 야쿠츠크가 어딘지도 모르고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저는 제2의 성소를 확실히 느낍니다. 모든 어려움 속에서 저를 가장 크게 끌어주고 붙들어 준 것은 바로 ‘공동체 생활’이었습니다. 저 혼자 한국인이고 대다수가 슬로바키아 형제들인 국제 공동체지만, 마치 한국에서 살던 것처럼 편안하고 끈끈합니다. 타국에서 까다로운 외국인 서류나 비자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전우애처럼 돈독해진 이 형제들과의 사귐과 기도가 제게는 가장 큰 보물이자 은총입니다."
현재 야쿠츠크 공동체는 문 신부를 포함해 5명의 회원(4명의 슬로바키아 회원)이 생활하고 있으며, 올해 말 이미 그곳에서 사목실습을 했던 인도와 부룬디 출신 새 신부 두 명이 합류하면, 7명의 더욱 다채로운 국제 공동체로 거듭나게 된다.
아프리카 유학생들과 함께 부르는 야쿠츠크의 SYM 찬양
인구 30만의 도시 야쿠츠크에서 살레시오회의 사목은 작지만 알차게 영글어가고 있다. 맡고 있는 본당을 주축으로 매일 방과 후 학교 개념의 오라토리오가 열리고 있으며, 주일이면 50~60명, 대축일에는 150명 남짓한 신자들이 모여 미사를 봉헌한다.
툭이하게 눈길을 끄는 것은 문 신부가 동반하고 있는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 사목이다.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온 이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살레시오 청년운동(SYM) 그룹은 문 신부의 다정한 곁돌봄(Assistenza) 아래 머나먼 타국 땅에서 신앙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근의 알단(Aldan) 공동체와 야쿠츠크 현지인 청년 그룹과도 조화롭게 연대하며 사하공화국 내에 살레시오 영성을 조용히, 그러나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서류의 장벽과 언어의 벽을 넘어서는 ‘은총의 신비’
선교사로서의 삶이 늘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닫힌 사회 특유의 불친절한 관공서, 외국인에게 끝없이 요구하는 복잡한 서류, 그리고 경제적 측면을 전적으로 모관구인 슬로바키아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전쟁으로 인해 송금길마저 막혀 많은 어려움들이 선교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하지만 문 신부는 이마저도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해석하는 굳건한 신앙을 보여주었다.
"자존심 상하고 막막할 때가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결국 일은 다 해결되어 있었고, 그 모든 과정이 하느님께서 해주셨다는 것을 깨달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낍니다.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이고, 타이트할 만큼 철저한 슬로바키아 사람들의 신심 생활(오후 3시 자비의 기도, 잦은 성체 강복 등)을 곁에서 배우며 저의 영성도 매일 새롭게 채워지고 있습니다."
"연교차 100도를 견디는 낡은 건물, 한국 형제들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역학관계의 변화로 안타깝게도 한국 청년들의 러시아 자원봉사 방문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야쿠츠크 공동체는 교구와 힘을 합해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참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 신부는 한국 관구를 향한 뭉클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모처럼 한국에 와서 형제들이 베풀어 준 과분할 만큼 따뜻한 환대를 통해 큰 힘을 받고 돌아가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야쿠츠크는 여름과 겨울의 연교차가 100도에 달해 건물의 노화가 굉장히 빠릅니다. 내년쯤 시설 보수 문제로 한국 관구에 도움을 청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야쿠츠크 공동체와 청소년들을 위해 한국 살레시오 가족들의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내년에 영주권 문제가 잘 풀리길 기대하며, 시베리아 동토의 선교사로 행복을 키우겠다는 희망을 밝힌 문수민 신부. 그의 따뜻한 눈빛 속에서 극한의 추위도 녹여버릴 돈 보스코의 뜨거운 심장이 엿보인다. 문 신부의 선교 여정에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과 성모님의 도우심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온 살레시오 가족이 마음을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