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적 고향은 한국, 총장님의 명에 순명한 뒤 꼭 한국으로 돌아올 것"
현명한 신부, 고향 같은 한국 찾아 가슴 뭉클한 저녁말씀
"4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공교롭게도 관구 공동체의 날에 형제들과 함께 있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제게는 정말로 큰 선물이네요."
전 세계 살레시오회를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우리의 다정한 형제, 현명한(Vaclav Klement, 68) 신부가 모처럼 고향 같은 한국을 찾았다. 지난 4년 전 아프리카의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관구장으로 파견되었던 그는 짧은 휴가 겸 내년 세계청년대회(WYD) 답사를 위해 한국에 입국하여, 관구관 형제들에게 가슴 먹먹하면서도 유쾌한 '저녁말씀'을 했다.
세계 살레시오를 품고 뛴 20년, 그리고 벼랑 끝 관구로의 파견
1986년 한국으로 파견된 선교사이자, 1997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관구장을 역임하며, 특별히 살레시오 가족의 발전을 위해 애썼던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현명한 신부. 그는 한국관구장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제25차 총회에서 로마 총본부로 부르심을 받아 무려 18년간 3회에 걸쳐 총평의원(EAO 담당, 선교 담당)으로 헌신했고, 이후 방문 특임으로 2년을 더 지내며 세계 살레시오회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4년 전, 당시 총장 앙헬 신부는 위기에 처한 남아공 관구를 살리기 위해 그의 등을 밀었다. 현 신부는 당시를 회상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총장 신부님은 제게 가고 싶냐고 묻지도 않으시고 무조건 가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남아공 관구는 벌써 두 명의 관구장이 연이어 사표를 낸 심각한 상황이었거든요. 살레시오 카리스마가 너무 약해져 있던 그곳에 정신을 불어넣고, 전체 수도회와 다시 연결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었습니다."
여전히 한국관구 소속인 현 신부는, 총장 신부님이 원하시는 역할에 충실히 봉사한 뒤에는 꼭 자기 축성생활의 고향인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애틋한 희망을 품고 있다.
모순과 생존의 땅, 남아공의 척박한 현실
현 신부가 들려준 남아공의 현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남아공을 '모순으로 가득 찬 나라'라고 정의했다. 지나 15년 동안 5200만에서 6700만으로 30%의 인구 증가 추세는, 20년 후에는 15년 전 인구의 두 배에 달한다는 것을 의미하니, 인구절벽의 우리 입장에서는 어디를 가든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는 상당히 부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긴장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최고의 부자들이 사는 곳이지만, 실업자가 1,500만 명에 달합니다. 매일 80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마약과 폭력이 통제 불능 상태죠. 해가 저물면 용감한 사람이거나 하늘나라로 갈 준비가 된 사람만이 집 밖을 나설 수 있습니다. 납치가 일상인 아름답고도 무서운 나라입니다."
교회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6700만 인구 중 가톨릭 신자는 300만 명으로 5%도 안 되는 소수이며, 성소자는 없고 가톨릭 기관들은 연이어 문을 닫고 있다. 심지어 파산한 교구가 두 곳이나 될 정도다. 하지만 그 안에도 희망은 있다. 현 신부는 "상황이 너무 약하고 절박하다 보니, '뭉쳐야만 살아남는다'는 시노드 정신만큼은 아주 뜨겁게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일꾼이 턱없이 부족한 주님의 포도밭
올해로 진출 130주년을 맞은 남아공 살레시오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6개의 본당과 17개의 학교를 관할할 만큼 방대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를 이끌어갈 일꾼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회원은 47명이고, 그중 활동 중인 회원은 30명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해 엄청난 직업 교육과 사도직을 할 수 있는 환경인데도, 회원이 없어서 미사나 피정 정도밖에 지원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수도원에 현지 회원은 거의 없고 16개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모여 삽니다. 한 공동체 5명이 각기 다른 5개 국적일 정도죠. 아름답지만, 결코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멘탈 헬스(정신 건강) 문제로 지난 한 해 동안 세 명의 원장이 사표를 냈고, 젊은 수사 한 명을 과로로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현 신부는 "제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기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아프리카의 다른 16개 관구장들에게 매년 편지를 보내 "제발 실습 수사님이라도 좋으니 보내서 2년만 곁에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애끓는 목자의 심정을 전했다.
그가 그토록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7년 전 총장 신부님이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방문했을 때, 본당 아이들에게 '돈 보스코가 누군지 아느냐'고 묻자, 아이들이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살레시오 본당 아이들이 말이죠.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에게 돈 보스코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심어주어야 합니다."
2027 서울 WYD를 향한 답사
현명한 신부의 이번 한국 방문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다. 다가오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참가할 남아공 젊은이들을 위한 사전 답사의 성격이 짙다. 치안이 불안한 나라에서 나고 자란 5~60명의 아프리카 청년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신앙의 순례를 경험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길을 다져놓겠다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그는 11일 출국 전까지 서울, 광주, 대전, 부산의 각 공동체를 돌며 한국 살레시오 가족들과 형제적인 친교를 나눌 예정이다.
"정신적으로나 신앙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한국 형제들의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혹시 남아공으로 선교를 오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언제든 하느님께 전화하십시오!"
유쾌한 농담으로 저녁말씀을 마친 그에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평생을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뜨거운 열정으로, 세계 곳곳의 척박한 땅을 돈 보스코의 마음으로 일구어 온 현명한 신부. 그의 이번 한국 방문이 소기의 목적을 풍성히 이루고, 벼랑 끝에 선 남아공 청소년들을 품어 안을 새롭고 든든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