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기쁨’과 ‘활력’이다. 6월 27일 토요일, 서울대교구 이경상 바오로 보좌주교의 주례로 거행된 '2026년 살레시오회 사제서품식'은 이러한 살레시안의 영성이 가장 찬란하게 빛난 은총과 축제의 장이었다.
이날 미사의 해설을 맡은 이창민 신부는 3년 전 자신의 수품 때를 회상하며, "당시 제가 선보였던 전설적인 ‘질풍노도’를 훌쩍 뛰어넘는 역대급 감사 인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재치 있는 너스레로 시작부터 성전 안을 유쾌한 웃음과 설렘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예고는 곧 '폭풍 감동'이 되어 참석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적셨다.
"가장 낮은 곳에서 청소년들에게 기쁨을 증거하겠습니다"
이날 새롭게 그리스도의 사제로 태어난 정일현 니콜라오 신부는 감사 인사를 통해 진솔한 겸손과 헌신을 약속했다. 정 신부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이끌어주신 하느님과 저를 믿고 끊임없이 기도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오늘의 서품은 완성이 아니라 참된 시작임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사회자 신부님의 그 훌륭한 ‘질풍노도’ 전설을 든든하게 이어받아, 세상의 거친 풍파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청소년들과 함께 기쁘게 춤추며 가장 낮은 곳에서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겸손한 사제가 되겠습니다"라는 굳센 다짐을 밝혀 신자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이제는 하느님의 아들로..." 개구쟁이 소년을 바친 아버지의 고백
이날 또 다른 감동의 주인공은 허성호 요엘 신부의 아버지, 허호영 아버님이었다. 새 사제의 가족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그는 “내 품 안의 아들이었을 때보다, 이제 하느님의 아들이자 모든 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이 훨씬 더 자랑스럽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뗐다.
아버님은 허성호 신부의 뭉클한 어린 시절 일화를 나누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들과 십자가 고상 앞에서 기도를 바치던 요엘이 '너는 사제가 될 것이다.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창의적인 개구쟁이였던 아이의 그 말이 당시에는 황당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오늘 이렇게 거룩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성전 내 모든 이들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 아버님은 마지막으로 "건강한 영혼과 육신으로, 아들 사제가 언제든 편히 쉬어갈 수 있는 든든한 그늘이 되겠습니다"라는 다짐으로 인사를 마쳐 현장을 깊은 감동으로 적셨다.
"돈 보스코의 후예답게 청소년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십시오"
백광현 마르첼로 관구장 신부는 감사인사를 통해 “새 사제들이 돈 보스코처럼 청소년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그들의 삶 속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하느님의 사랑을 생생하게 증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화려한 일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사제로의 부르심에 응답한 것은 세상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고유하고 거룩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결심"이라며 새 사제들의 정체성을 일깨워주었다.
아울러 백 관구장 신부는 서품식을 주례한 이경상 보좌주교에게 각별한 감사를 전했다. 이 주교는 내년(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 총괄 코디네이터로서 미주와 로마 교황청을 돌며 준비 상황을 알리는 고된 출장을 마치고 막 귀국한 참이었다. 시차 적응조차 되지 않은 겹겹의 여독 속에서도 살레시오회의 서품식을 위해 기꺼이 긴 시간을 할애해 준 주교의 각별한 애정에 살레시오 가족들은 깊은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성소 절벽' 시대에 띄우는 희망의 빛
이번 사제서품식에는 살레시오 가족과 새 사제들의 출신 본당 신자 등 약 1,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그중에는 아주 특별한 손님들도 자리했다. 바로 한국 살레시오 가족의 초청을 받아 방한 중인 동티모르의 청소년 12명과 인솔자들이었다. 돈 보스코의 이름 아래 국경을 초월하여 하나 된 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미소와 해맑은 표정은 서품식의 의미를 더욱 눈부시게 빛냈다.
인구 절벽이라는 국가적 위기와 맞물려 참담한 '성소 절벽'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현실. 그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주님의 포도밭을 일구기 위해 탄생한 두 명의 젊은 일꾼은 그야말로 새벽별처럼 찬란한 희망의 불빛이다. 오늘 서품된 두 새 사제가,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돈 보스코를 닮은 '희망의 예언자'요 '진정한 친구'로 우뚝 서기를 온 살레시오 가족이 두 손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