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3세 『새로운 사태』 135주년 맞아 첫 회칙 반포…
5월 25일(월), 도움이신 마리아 대축일을 축하하는 날에 교황 레오 14세는 자신의 첫 번째 회칙 『위대한 인류애(Magnifica humanitas)』를 반포했다. 레오 13세 교황의 역사적인 사회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반포 135주년(5월 15일)을 기념하며 서명된 이 문헌에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존엄성 수호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달렸다.
교황은 서두에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류는 새로운 바벨탑을 쌓을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과 인류의 도성을 건설할 것인가의 중대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첨단 기술 시대에 흔들리는 인간 존엄성과 사회 정의, 노동의 가치, 그리고 평화를 굳건히 수호할 것을 전 세계에 호소했다. 특히 이번 회칙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AI 기술의 급격한 일상화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의 청소년들과, 이들을 동반하는 한국 살레시오 가족에게 매우 날카롭고도 시의적절한 성찰을 던져준다.
인공지능은 양심이 없다… 인간의 ‘한계’는 결함이 아닌 만남의 자리
교황 레오 14세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시뮬레이션할 수는 있어도 도덕적 양심이나 공감, 영적 능력을 결코 지닐 수 없음을 꼬집으며, 오직 효율성과 이윤만을 좇는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을 강하게 경고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기술로 제거하려는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일침이다. 교황은 "한계는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이며, 인간은 바로 그 '나약함과 유한함'을 통해서 타인에게, 그리고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성숙해진다고 역설한다.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근본인 ‘관계와 사랑의 능력’을 부정하는 인류학적 퇴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시성의 아키텍처’에 착취당하는 한국의 청소년들
교황은 알고리즘과 디지털 플랫폼이 사용자의 시간을 빼앗고 취약성을 착취하는 현상을 ‘가시성의 아키텍처(architecture of visibility)’라 부르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직 눈에 띄는 자극적인 것만을 증폭시키고 행동을 조종하는 기술은 가장 취약한 이들을 억압하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연결된 한국 사회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일찍부터 이 ‘가시성의 아키텍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SNS상의 상대적 박탈감, 딥페이크와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 조회수를 위해 극단으로 치닫는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들은 아이들의 내적 자유를 빼앗고 불안과 우울을 낳고 있다. 효율성과 알고리즘이 아이들의 감정마저 재단하는 이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 청소년들은 하나의 귀중한 ‘인격체’가 아니라 거대 플랫폼의 이윤을 위한 ‘데이터’나 ‘소비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기계를 넘어선 참된 교육, 살레시안의 마음에 닿는 ‘귓속말’이 답이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교황은 진리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생태학”을 촉구하며, 청소년들이 “진리를 찾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공간으로서 ‘학교의 중심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완벽해 보이는 기계들 때문에 아이들의 ‘질문하려는 열망’이 꺼지지 않도록 교육적 연대를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이 호소는 다름 아닌 우리 살레시오 가족을 향한 강력한 부르심이다. AI가 지식을 더 빠르고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상처받은 아이의 눈을 맞추고 다가가 마음을 얻는 살레시안의 ‘귓속말’은 결코 대체할 수 없다. 기계의 차가운 속도에 아이들을 맞추도록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 살레시오 가족은 기계가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응답을 이끌어 내는 사랑(Amorevolezza)과 복음적 신뢰로 아이들의 진짜 얼굴과 진짜 목소리를 지켜내며, 동반의 영적 방파제가 되어야 한다.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인 노동, 권력을 넘어선 평화
아울러 교황은 디지털 전환(4차 산업혁명) 속에서 AI가 노동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기계의 속도에 종속되는 현실을 짚으며,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아래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현상을 경계했다. 노동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보호임을 천명한 것이다. 더 나아가, 첨단 알고리즘이 전쟁의 비인도성을 가리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권력의 문화'를 규탄하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데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살레시오 가족의 사명
“AI의 시대라 할지라도,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거처로 삼으신 인류의 위대함을 온 삶으로 증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황 레오 14세의 이 맺음말은 우리 살레시오 가족이 한국 사회에서 마주한 시대적 사명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AI와 알고리즘이 아무리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어도,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구원하는 것은 오직 ‘사람을 향한 참된 사랑’뿐이다. 기술에 매몰되어 사람의 온기를 잃어가는 이 시대에,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청소년들의 손을 잡아주고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살레시오 가족의 현존이야말로, 교황이 부르짖은 ‘위대한 인류애’를 실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실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