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광주광역시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된 살레시오 가족 영성의 날 행사의 기조강의에서 백광현 구장 신부는 유럽 가톨릭 교회의 청년 신자 증가 현상을 하나의 희망의 징표로 제시했었다. 오늘 소식은 그 현상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자 한다.
2025년 부활절, 유럽 각지의 가톨릭 교회에서 성인과 청년 세례자 수가 크게 증가하는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추세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감지되고 있으며, 한동안 세속화와 신앙에 대한 무관심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유럽에서,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신앙이 되살아나는 희망의 조짐으로 읽히고 있다.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 프랑스 가톨릭 교회는 총 17,800명의 새 신자 세례를 줬다. 이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수치로, 이 가운데 성인 세례자가 10,384명, 11-17세 청소년 례자가 7,400명이고, 18-25세 청년층이 전체 성인 세례자의 42%를 지하며 가장 활발한 연령대로 부상했다.(CathNews) 벨기에에서도 성인 세례자 수는 2014년 186명에서 2024년 362명으로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The Pillar) 영국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교회 출석률이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청년층의 신앙 회복이 눈에 띈다. 예컨대 런던 세인트 마가렛 교구는 매주 800명 이상의 신자가 참석하며, 부활절 주간에는 5,000명 가까운 신자들이 모였다. 이 부흥의 중심에는 35세 이하의 젊은 층, 특히 다양한 종교적 배경에서 개종한 이들이 있다.(The Guardian)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복음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숫자상의 반등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다시 ‘삶과 믿음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징표라 할 수 있다. 사실 럽 가톨릭 교회는 오랫동안 성직자 아동 성추행과 그 은폐 문제로 인해 큰 상처를 입고, 사회적 비판과 외면 그리고 내부 위기를 겪어 왔다.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났으며, 그 상처는 아직 다 치유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런 시점에 세례를 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역설이 아니다.
이들은 교회의 죄와 허물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두운 현실을 직면하면서도, 그 속에서 진리와 희망을 찾으려는 ‘비판적 신앙’의 길을 걷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 일부 지역 교회에서의 공개적 참회와 쇄신의 시도를 지켜본 청년들은, “이 공동체는 다시 걸어가려 한다”는 연대와 회복의 가능성을 감지하고 있다. 완전한 권위보다는 진실한 하느님 체험을 원하며, 그 과정에서 “교회는 완전하진 않지만, 그 안에 복음은 살아 있다”는 신앙의 결단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배경으로 몇 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이 인간의 유한성과 고립을 전 세계인이 동시에 체험하게 만든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이 시기를 지나며 많은 청년들이 삶의 의미, 죽음, 초월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품게 되었고, 그 갈망은 신앙으로 향하는 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젊은이들에게 평화, 인간의 존엄성,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를 묻게 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이탈리아 등지에서의 극우 정치 부상은 많은 청년들에게 ‘나는 어떤 공동체를 지향하는가?’라는 내적 성찰로 이어졌다.
이 흐름은 디지털 공간의 영향력도 배제할 수 없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팟캐스트 등에서 우연히 접한 신앙 콘텐츠가 회심의 계기가 되었다는 응답도 적지 않다. “신앙은 낡은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청년들의 일상 언어로 재등장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흐름의 중요한 배경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영향이 있다. 4월 21일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내내 교회를 ‘폐쇄적 권위가 아닌 자비의 공간’, ‘야전병원’으로 상징하며, 소외된 이들과 동행하는 교회상을 강조해 왔다. 특히 청년들을 향한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Christus Vivit) 등은 교회를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의 공동체로 재인식하게 한 중요한 메시지로 남았다.
이 모든 것은 청년 세례자 급증이 교회에 대한 무비판적 신뢰 때문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깊은 상처 속에서도 하느님을 찾는 인간의 내면적 갈망, 그리고 청년들 안에 책임과 자각을 지닌 ‘성숙한 신앙의 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는 희망의 징표이다. 상처 입은 교회 안에서 되살아나는 복음의 불씨, 그것이 오늘 유럽 청년들 안에서 타오르고 있다. 젊이들이 떠나는 교회 현상을 깊게 통감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