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이태영 신부와 이태석 신부의 모친, 신명남 안토니아 어머님을 이 세상에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드리고 하느님의 영원한 안식의 나라로 보내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신 안토니아 어머님을 신앙 안에서 영원한 생명의 씨앗으로 우리 마음에 묻지만, 어머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집에서, 먼저 그곳에서 어머님을 기다리는 이태영 신부님과 이태석 신부님과 함께 우리를 내려다보시며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님을 보내는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부활 신앙이 우리에게 주는 기쁜 희망과 깊은 감사의 마음도 지니게 됩니다.
어제 누님으로부터 어머님이 어떤 분이신가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명을 받아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10남매를 바르게 기르기 위해 많은 일을 하셔야 했습니다. 어떤 때는 새벽 3-4시까지 일하시며 자녀들을 위해 온전히 헌신하시는 어머니의 사랑을 보고 자랐기에 자녀들도 어머님의 사랑에 보답하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어머님에 대한 이태석 신부의 효심과 다른 모든 자녀의 효심이 남다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님은 주변 사람들이 화해를 통해 갈등 없이 살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어머님이 1년 전에 주무시다 일어나셔서 유언과 같은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하셨다고 합니다. “너희들이 만일 누구와 갈등이 있다면, 그가 잘못했더라도 내가 먼저 ‘미안하다’라고 하면, 내 잘못도 발견할 수 있단다. 항상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잘 대해주어라.” 어머님은 어린 자녀 중 누군가 못이나 집게 등 집안의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오면, “이거 어디서 가져왔냐?”고 물어보시고, 자녀의 손을 잡고 원래 있던 그 자리로 가 이를 두고 오게 하시는 등 정직하고 올바르게 사는 삶을 손수 자녀들에게 모범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렇기에 어머님께서 선종하기 직전, 자녀들은 어머님께 감사했던 모든 것을 마음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으로 말씀드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님의 신앙 또한 남달랐습니다. 세례받을 준비를 하며 교리교육을 받던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도 성당에 가셨더니 어머니 혼자 오셨더랍니다. 그날 수녀님이 “안토니아 님은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받으실 거예요.”라고 말씀했답니다. 우리는 어머니의 신심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어머님이 계셨기에 아들 두 분을 수도회의 사제로, 딸 한 분을 포콜라레 수도자로 봉헌하실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태석 신부님과 8년 이상 함께 살면서 알게 된 것은, 이태석 신부에게 어머님은 보통 사람들이 가진 어머니상 이상이며 어머니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남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신앙과 자식에 대한 사랑, 헌신이 누구보다 크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이태석 신부님뿐만 아니라, 어머님께서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온 마음으로 어머님을 모신, 다른 모든 형제자매, 아홉 남매들이 느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어머니의 마음을 우리는 하느님의 마음에 견주어 말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떠난 그 빈자리는 너무 커서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한한 사랑이신 하느님만이 그 자리를 채워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미사 중에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가족의 마음을 하느님께서 위로해 주시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신학자 칼 라너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순례자입니다. 우리는 비록 고향을 떠나지 않았을지라도 마땅히 머물 곳 없는 순례자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날들은 지나가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우리는 계속 어딘가를 향해 이주합니다. 이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하느님입니다.” 어머님은 그 최종 목적지이자 당신께서 그토록 갈망하고 그리워하시던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고, 꿈에 그리던 아드님들과 하늘나라에서 만나실 것입니다.
삶이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인 것처럼, 죽음 또한 그분의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신앙의 은총입니다. 우리가 비록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담긴 뜻을 다 알아듣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신앙의 눈으로 볼 때 죽음은 끝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임을 믿는 부활 신앙 때문에, 우리 신앙인은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품습니다.
우리 곁을 떠난 어머님을 영원한 안식의 나라로 보내드리며 절망과 허망함보다는 오히려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한 생명, 빛나는 생명을 누리고 계시리라는 믿음이 우리에게 위로를 줍니다. 어머니께서 성모님처럼 평생 믿음의 사람이 되어 희망했던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신앙으로 믿고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어머님께서 일생동안 믿고 바라셨던 대로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시기를 바라며,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주셨던 큰 선물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미사 동안 정성을 다해 주님께 기도를 드립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