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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질리오 다 실바 추기경, 살레시오 관구관 방문
동티모르 딜리의 대주교 비르질리오 다 실바 추기경이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하여 동티모르 이주노동자들의 대회에 참석한다. 추기경은 14일 오전에 입국하여, 한국 주재 동티모르 대사관을 들렸다가, 바로 그레고리오 데 수사(Gregório de Sousa) 대사와 함께 서울 신길동의 살레시오 관구관으로 왔다. 그레고리오 데 수사 대사는 살레시오 학교 졸업생이다.
한국에는 대략 6천 명의 동티모르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주로 20대의 젊은이들로, 어촌 지역에서 고기잡이 배를 탄다든지 전국 각지의 농촌에 고용되어 단순하지만 매우 고된 일을 하고 있다.
다 실바 추기경은 관구관 형제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정감 넘치는 형제적인 대화를 나눴다. 이미 동티모르-인도네시아 준관구의 양성담당이었던 2000년, 그리고 준관구장이었던 2017년, 딜리 대주교로 서품된 이후인 2021년 등 세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 바 있고, 이번이 네번째인 추기경은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한국으로 파견되는 젊은 이주노동자들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목적인 배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방문도 순전히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으로, 이제 막 교황님 영접을 마친 고단한 일정을 뒤로하고, 정말 만사 제쳐두고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그런 사목적 배려의 일환으로 자신이 수련장 때 수련자였던 올리비오 신부를 한국으로 파견하여 젊은 이주노동자들을 사목적으로 보살피도록 힘을 쓴 것이 3년 전의 일이다.
동티모르는 전체 인구 130만 중 30세 미만이 65%일 정도로 젊은 나라다. 그들 중 6천여 명의 젊은이들이 이주노동자로 와 있으니, 인구의 0.5%가 한국에 있는 셈이다. 이 비율은 몽골(전체 인구 350만 중 6만 명, 즉 1.7%) 다음으로 높다. "매월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호주나 한국 등 외국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동티모르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 외국으로 나가 고생스럽게 일하는 것은 본인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산업화 경험이 그걸 잘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추기경은 특히 전체 국민이 가톨릭교도라는 입장에서 동티모르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모자라는 일손을 메꾸는 인력으로서뿐 아니라, 지역 교회의 새로운 활력이며 신앙의 증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뜻밖의 전망을 제시한다. 사실 농어촌 지역의 황폐화로 인한 지역 성당의 공동화는 안 봐도 비디오인데, 이런 흐름에서 해당 지역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는 동티모르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그 빈자리를 얼마간 메꾸고, 그들이 태생적으로 지닌 깊은 신앙의 삶을 한국 사회에 드러나게 증거할 수 있을 정도로 융화가 잘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제 막 교황님을 영접했던 경험을 살려 다 실바 추기경은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치루게 될 한국교회에 큰 지혜가 담긴 제안을 했다. "젊은이들은 교황님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말씀을 듣고 대화하며 그분과 삶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매우 높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황님이 함께하신다는 것만으로도 젊은이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것을 보고 저희 주교들은 매우 놀랐습니다." 3년 후, 서울에서 청년대회가 열릴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오실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교황이 참석하실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서울은 교황님을 모시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추기경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이 안고 있는 여러 아픔들을 치유할 '화해'의 장이 되길 축원했다.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올 것입니다. 그들과 함께 화해의 잔치를 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남북 간에, 주변국들 간에, 빈부 간에, 세대 간에, 종족 간에, 종교 간에, 지역 간에 그리고 역사 사이에... 우리에게는 화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그 중심이 서울2027이길 희망합니다. 그런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고, 그곳에 모여 화해를 불러일으키는 데 주역이 될 젊은이들은 이제 그들 스스로가 화해의 전령이 되어 전세계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참 근사하고도 지혜가 담긴 제안이다.
추기경은 한국교회와 살레시오 가족에 대한 감사와 당부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은 다양한 프로젝트로 저희 동티모르를 관대하게 도와주셨습니다. 특히 한국교회와 살레시오 가족은 정말 아낌없이 나눠주셨고, 그런 도움을 통해 저희 동티모르 백성들의 삶이 점점 개선되고 미래 희망이 더 밝아지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계속 인류애와 그리스도의 사랑이 담긴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주시길 당부드리며, 특히 한국에 나와 있는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신앙의 참된 증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도와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추기경 일행은 관구관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에 이주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충남 아산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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