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의 다리가 되어준 선교사,
황복만 필립보 수사님을 주님 품으로
“새해 복만이 받으세요!” 불과 일 년 전, 본국 휴가를 마치고 다시금 뜨거운 선교지 솔로몬 제도로 향하며 환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이름으로 재치 있는 인사를 건넸던 황복만 필립보 네리 수사. 가난한 젊은이들의 인생 여정을 동반하는 것이 선교사로서 가장 큰 기쁨이라 고백했던 그가, 이제 지상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하느님 아버지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황 수사는 2026년 2월 5일 오후 7시 40분경 선종했다. 줄곧 솔로몬아일랜드 호니아라 기술학교 공동체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다, 농업학교가 있는 테테레(Tetere) 공동체로 부임한 지 불과 열흘 남짓 만에 찾아온 급작스러운 뇌출혈이었다. 의료 기반이 열악한 농촌 현지라 손쓸 겨를도 없이, 그는 그렇게 하느님의 평화 속으로 고요히 잠겨 평소 그렇게 원했던 하느님 품에서의 '선종'을 이뤘다.
황복만 수사는 호니아라 돈보스코 기술학교에서 쓰레기 매립장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150여 명의 아이를 돌봐왔다. 오전에는 수학을 가르치며 아이들에게 정규 학교 진학의 꿈을 심어주었고, 오후에는 고된 노동에 지친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돈 보스코의 충직한 아들로서 소임을 다했다.
그는 스스로를 ‘다리(Bridge)’라고 불렀다. 하느님과 현지인을 잇는 복음의 다리이자, 한국의 따뜻한 나눔을 전하는 사랑의 다리가 되고자 했다. 특히 한국의 ‘달달한’ 정과 편리함을 뒤로하고, 절제와 희생 속에 선교지의 궁핍을 기꺼이 껴안았던 그의 삶은 살레시오 정신의 살아있는 증거였다. 지난 2025년 1월 마지막 휴가 당시, 정밀 검진을 진행한 의료진까지 선교지 복귀를 만류했으나, 하느님의 뜻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 여정: 솔로몬에서 파푸아뉴기니, 그리고 고국으로
현재 살레시오회 한국관구는 파푸아뉴기니-솔로몬제도(PGS) 준관구와 긴밀히 소통하며 황 수사의 마지막 길을 준비하고 있다. 고인이 마지막까지 소속되었던 PGS 준관구의 희망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유해를 파푸아뉴기니 포르트 모르스비로 옮겨 그곳에서 장례 미사를 거행할 예정이다.
한국 관구에서는 파푸아뉴기니 선교사였던 유지훈 신부와 관구경리 박영주 신부, 그리고 유가족 대표가 현지 장례식에 참석한다. 현지 장례 미사를 마치는 대로 유해를 한국으로 모셔올 예정이며, 이후 국내에서 형제들과 친족, 살레시오 가족들이 함께하는 장례 미사를 봉헌한 뒤 고인이 사랑했던 형제들이 잠들어 있는 담양 묘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선교사의 열정,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황복만 수사는 생전 인터뷰에서 후배들에게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자신만의 ‘개인기’를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선교사로서 삶을 온전히 봉헌한 그의 여정 전체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로 가득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유난히 작은 체구였지만, 늘 자신감이 넘쳤던 그의 내면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했다. 그가 한국 관구에 심어준 깊은 신앙과 마지막까지 솔로몬의 아이들에게 쏟아부은 희망의 메시지는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
사랑하는 형제를 잃은 슬픔의 순간에 마음으로 함께해주시고 기도로 동행해주시는 모든 살레시오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주님, 당신의 충실한 종 황복만 필립보 수사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한국에서의 장례 미사 및 추모 일정은 확정되는 대로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형제애 안에서 고인을 위한 지속적인 기도를 부탁드린다.